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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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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이하 과방위) 위원장직을 맡으신 지 어느새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간의 소회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는 기후변화 및 에너지 이슈에서 대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이 대전환기를 겪는 우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의 목표인 셈이죠. 학계와 산업계가 탄소중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 역시 늦지 않게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과방위에는 과학기술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외에도 방송통신위원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주로 언론을 둘러싼 논쟁들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까지 법안 통과가 가장 어려운 위원회 중 하나였습니다. 다행히 제가 과방위원장을 맡은 이후로는 여야 의원님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주요 법안들을 대부분 통과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국가적으로 시급하게 중요한 사안들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야 의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위원장님께서 국회의원으로서, 또 과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수행했던 의정활동 중 가장 보람을 느끼셨거나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요즘에는 기후변화와 깨끗한 에너지, 탄소중립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국회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온 국민들께서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던 2012년, 19대 국회 때도 기후변화 위기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고자 녹색성장위원회(2009년 출범) 등 ‘저탄소 녹색성장’이 추진된 바 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지금의 탄소중립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석탄화력발전이 확대되는 등 저탄소 목표를 사실상 달성하지 못하고 끝나 아쉬움이 남았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줄곧 에너지 이슈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에너지를 쓰지 않고서는 일상을 영위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가장 ‘착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을까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초선의원 때부터 에너지와 관련된 교양도서들을 꾸준히 출간해왔습니다(「신재생에너지 백과사전」, 「미래에너지 백과사전」, 「수소에너지 백과사전」).


특히 수소 기술에 대해서는 제가 초선의원때부터 의제화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만 하더라도 에너지 분야 중 수소에 대한 관심이 정말 적었던 터라, 정부에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저는 수소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 내 스터디그룹을 구성했습니다. 약 1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2018년 4월, 수소경제사회 구축 및 산업육성 등을 골자로 하는 ‘수소경제법(이하 수소법)’을 대표 발의할 수 있었습니다. 이 법이 이후 국회를 통과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과 시기적으로 발맞춰 나갈 수 있게 되어 굉장히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말씀하신 수소법은 수소경제 육성을 법안에 담은 시도로서는 전 세계 최초라고 들었습니다. 올해 5월에 대표 발의하신 개정안에서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청정수소 생산·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 도입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사안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수소경제의 활성화를 논의할 때, 크게 수소의 생산과 보관, 이동, 그리고 활용까지 4가지 요인을 살펴봅니다. 가장 마지막 단계인 활용에서는 이미 우리 기업들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소(NEXO)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고, 수소연료전지는 경량화·대용량화 덕분에 드론 등 차세대 모빌리티에도 적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소의 보관과 이동도 기술적으로는 이제 상당히 올라온 것 같습니다. 기존에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안전 문제도 기술력의 발전으로 상당 부분 해결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아직까지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생산 단계입니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깨끗한 수소, 즉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경제성 측면에서 여전히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과학기술이죠. 획기적인 기술의 개발은 수소의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고, 이는 곧 수소 관련 산업 전체의 지형도를 바꾸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에너지 강국들은 에너지를 ‘소유’한 국가들이었습니다. 미국과 중동, 그리고 에너지 채굴권을 가진 국가에 우리가 익히 아는 거대 에너지 기업들이 있는 이유죠. 그런데 기후변화의 시대에서는 이런 판도도 바뀌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이제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국가들도 충분히 에너지 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 더 이상 에너지의 생산 지역은 자국 본토 안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태양광이 세고 바람이 세게 부는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수소 형태로 전환하여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처럼 채굴한 화석연료를 그대로 수입하는 것보다는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좋은 방안입니다. 국제 원유 가격이 조금만 상승해도 많은 국민들께서 괴로워하십니다. 수소경제 활성화 및 탄소중립 이행을 통해 우리도 에너지 자립국으로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길 기대해봅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COVID-19를 비롯하여 과학기술 없이는 대응이 불가능한 사회․경제적문제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과방위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 21대 국회와 내년 대선에서 보다 더 주목해야 할 과학기술계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우선적으로는, 우리도 이제 선진국으로서 인류 전체의 과학기술 의제를 선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세계 최초로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국가 지위를 변경시켰습니다. 단순히 선진국이 되었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이제는 그만큼 선진국으로서 의무와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과학기술 역시 예외가 아니겠지요.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아직 과학기술의 역할을 국가 발전에 국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과학기술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앞서 반복하여 말씀드렸던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 이슈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 의제일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탄소를 적게 (혹은 없이) 배출하는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할 것인지, 또 사회 전 분야에서 에너지 이용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지 등은 과학기술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 전체가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 다른 것으로는 안전 문제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기후변화가 전 인류의 폐를 결정한다면, 안전은 사람들의 일상을 좌우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주거, 교통 및 산업현장 등에서 안전을 소홀히 하여 희생되는 분들이 여전히 너무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이제 경제적인 수준에서는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지만, 이런 일상에서의 삶의 질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생각합니다. 자연재해와 산업재해 등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안전 문제 해결에 과학기술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 기업 등이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과학기술이 제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과학기술계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인 전체를 옭아매는 각종 규제 및 복잡한 거버넌스(governance)가, 자발성과 창의성이 전부인 과학기술인들의 열정을 식게 만드는 것을 너무 많이 목격했습니다. 국가와 사회가 본인의 역할과 성과를 인정해준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이들을 신뢰하는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국내외 대형 플랫폼 기업들과 관련하여 이들의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에 대해 과방위에서 자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독과점으로 수렴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께서는 플랫폼 기업들이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사회 전체에 혁신을 가져다주려면 어떠한 기본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가령, 구글(Google)의 경우 앱마켓 내 결제방식,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Netflix)의 경우 국내 망사용료 문제, 네이버(Naver)나 카카오(Kakao)와 같은 포털에서의 뉴스 편집 권한 등이 대표적


가히 플랫폼 기업들의 전성시대입니다.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특정 국가를 넘어 전 세계인의 삶을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기존 산업과는 다른 속성을 지녔고 파급효과 역시 남다르다고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원칙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은 규제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되는데, 이 플랫폼 기업들에게는 동일한 원칙을 요구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산업들이다보니 기존의 법·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들도 불가피하게 생기고, 또 그런 틈을 기업들이 영리하게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플랫폼 기업들은 대개 자신의 사업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자사의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이용하여 독과점 혜택을 누리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러나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독점을 제재해야 한다는 것이 이미 1900년대 초반 경제대공황을 전후로 미국에서 입증된 바 있습니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게 되듯 독점 기업은 해당 산업과 사회 전체의 효용을 분명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리나 칸 위원장이 아마존(Amazon)의 예를 들며 플랫폼 기업의 전횡을 막기 위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겁니다.


가장 바람직하게는 플랫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시장 질서를 준수하며 사업 활동을 하는 것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최근 전 세계 136개국이 합의한 ‘디지털세’도 넓게 보면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원래대로 평평한 곳으로 돌려놓는 것, 그것이 우리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방위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정말 수많은 이슈들에 대한 일정들로 가득차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렇게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관심이 정치적인 가십(gossip) 거리에만 향하고 있는 것 같아 과학기술계 종사자로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앞으로 과학기술 관련 정치적 의사결정들에 대해 국민들이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으려면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에 대해 한 말씀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정말 아쉬운 문제입니다. 국회에서도 그렇고 과학기술계에서도 그렇고,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대부분의 사람보다 더 자극적이고 시끄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사회가 분열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거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직후, 신탁통치를 둘러싸고 아주 극심한 이념적 혼란을 겪은 바 있는데요. 지금 한국 사회의 좌우 이념 대립이 그때 이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혼란의 시기에는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게 되죠. 그러다보니 정치가 다시 또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비단 이념적 대립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소득 양극화, 세대 간 갈등, 지방의 소멸, 저출생 고령화 등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될 과제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과학기술이 이런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는 없는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거짓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지는 것을 막는 것도 국민통합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를 진심으로 고민하는 것, 그것이 시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최전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KIST 및 연구자들에게 응원과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과학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하기까지 KIST를 비롯하여 과학기술 출연(연)의 연구자분들께서 아주 지대한 공헌을 해왔습니다. KIST는 특히 맏형으로서 그 이후 생겨난 여러 전문연구소들과 함께 국가과학기술을 선두에서 이끌어 온 기관입니다. 한동안은 과학기술의 분야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특정 분야에서의 좁고 깊은 연구가 필요했었습니다만, 이제는 완전한 융복합 연구의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출연(연) 중에서 이런 다학제적 융복합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은 KIST일 것이라 자신합니다.


KIST와 연구자분들께서는 지금까지 누적된 경험과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과학기술 혁신을 이뤄내주길 바랍니다. 또, 과학기술계의 거버넌스 체계 수립 측면에서도 선도적으로 창의적인 방안을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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