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기술정책연구소

KIST 본원

인터뷰

external_image





KIST에 합류하신 지 어느덧 100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그간의 소회를 여쭙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차근차근 연구소의 분위기를 파악하며 앞으로 계획한 일들을 어떻게 잘 추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기후환경 분야의 필요성에 대해 원장님을 포함한 연구소의 많은 분으로부터 공감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관 차원의 지원이 많이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고요, 여기에 힘입어 연구소 구성원들과 함께 기후환경연구소의 새로운 도전을 펼쳐나가고 싶다는 의욕도 큽니다.


잘 아시다시피, 저는 현재 학교와 연구소를 겸직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 밖에 연구소 출근을 못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내년에는 제가 연구년을 가지게 되어 연구소 일에 더욱 집중할 계획입니다. 학교에서는 각 단과대학 또는 학과마다 워낙 성격이 다르고 교수님들도 주로 개인적으로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반면에, KIST는 기관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매진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KIST에 계신 연구자 한 분 한 분의 역량과 열정이 대단하시다는 것도 깨닫고 있습니다. 대학과 달리 국가연구기관으로서 해볼 수 있는 도전적인 아이디어, 새로운 시도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김진영 소장님을 비롯한 훌륭한 연구자분들과 함께 국가연구기관으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데 꼭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대학에 재직하시며 구름관측 및 수치모형과 관련한 연구에 매진하셨습니다. 그동안 수행하신 연구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구름에 대한 연구는 크게 이론적인 연구와 실험적인 연구, 두 영역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그동안 저는 두 가지 모두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먼저 이론적인 연구라고 하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름의 생성과 성장 원리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구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대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작은 입자들, 즉 에어로졸입니다. 이것이 구름의 씨앗 또는 핵 역할을 하게 되고요, 대기중의 에어로졸 분포에 따라 구름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시뮬레이션 모델로 분석합니다. 대기의 흐름도 구름 모형의 중요한 변수입니다. 예를 들어, 상승류의 세기에 따라 공기의 상대습도가 달라지고 어느 순간 수증기가 모여 물방울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과정을 모델 안에서 구현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론적 기반 외에도 실험적으로는 에어로졸 분포와 구름의 성질을 직접 측정해보는 연구도 합니다. 지상에서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직접 비행기를 타고 구름 속을 통과하면서 측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정보를 통해 에어로졸의 분포가 구름의 미세물리적인 성질, 복사적인 성질, 광학적인 성질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구름 입자가 강수 입자로 성장하여 비가 되어 땅에 떨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즉, 구름의 생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같은 곳에 가면 땅이 굉장히 평평한데요, 오후에 바닷가에 나가면 뜨거워진 공기가 급격히 상승해서 구름이 생기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실제 관측을 해보면 구름이 생성된 지 겨우 30분 만에 비가 내릴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구름 입자가 빨리 성장해서 빗방울이 될 만큼 크기가 커졌다는 것인데요, 이 과정을 단열적인 성장 이론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몇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실제 자연현상과 이론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된 연구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이제 글로벌 사회의 최대 이슈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학기술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앞으로 기후환경연구소가 수행하게 될 임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역점을 두어 추진할 연구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우리의 임무는 기후변화 이후 지구의 환경을 이해하고 적응해 나가기 위한 신기술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그 출발점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떤 요소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기술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많은 연구자들이 기후변화의 방향과 수준을 예측하기 위해 많은 모형을 만들어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결

과는 서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인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불확실성이 큰 변수 중 하나가 바로 구름입니다.


다양한 인간 활동으로 대기오염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에어로졸 분포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에어로졸의 분포는 구름의 생성과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구름에는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높은 구름은 지표에서 방출하는 적외선을 가두어 지구 온도를 높일 수도 있는 반면, 우주로부터오는 태양에너지를 반사하여 지구를 식히기도 합니다. 이처럼 복잡한 구름 현상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기후변화 예측의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구름에 대한 정보 외에도 기후변화를 이해하는데 수많은 기반 기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항공기와 드론, 나아가 전 지구적인 위성 시스템을 이용한 정교한 측정 기술이 있겠습니다. 관측과 실험, 이론과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학문적 영역이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연구소의 또 다른 중점 영역으로는 앞서 말씀드린 인공강수 분야를 들 수 있습니다. 인공강수는 우리나라의 수자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며, 기관 차원에서도 상당한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라, 지역에 따라 강수패턴이 변화무쌍한 편입니다. 최근 들어 폭우와 가뭄이 더욱 극심해지는 것 같은데요,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강수 패턴의 변화가 더욱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매우 먼 길이 되리라 예상되지만, 국가연구기관으로서 이 분야를 선도해나가고 그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연구소는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구름입자의 성장 원리를 이해하는 것과 같이 기초과학적인 측면을 넘어 다양한 기술 확보도 동시에 병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공비의 씨앗이 될 신소재, 또는 강수입자의 성장을 억제하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할 수도 있고 그것을 살포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겠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KIST가 글로벌 이슈에 앞장서서 담대한 도전에 뛰어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기후환경 연구를 선도할 기관으로서 현재 KIST가 지닌 강점은 무엇입니까? 또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기후환경 연구는 다양한 요소 학문과 기반 기술이 필요하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이것이 바로 KIST의 강점과 직결됩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KIST는 소재, 계산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역량을 축적해왔습니다. 이러한 다학제 역량은 인공강수 등 복잡한 ‘기상 조절’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있어 큰 시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인공강수의 예를 조금 더 깊이 설명하면, 강수입자의 씨앗이 될 소재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현재까지는 요오드화은(AgI)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소재인데요, 효율성이나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 등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최근에는 흡습성이 좋은 소금(NaCl) 입자에 티타늄을 코팅하여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강수 원리를 이해하고 강수 기술을 개선하는 데 있어 계산과학 분석과 시뮬레이션 역량도 큰 도움이 됩니다.


KIST가 갖는 또 다른 강점은 풍부한 인프라입니다.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측정, 분석 장비가 필요한데 상당 부분 이를 원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연구자에게 매우 편리한 이점입니다. 게다가 인프라의 접근성이 좋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는데요, 바로 인프라를 중심으로 타 분야 연구자와의 교류, 커뮤니케이션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팀 단위 연구를 하는 우리 구성원들에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점입니다.


한편, 기후환경을 연구하는 조직으로서 보다 완전한 진용을 갖추려면 기후에 특화된 전문인력이 지금보다 더욱 충원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현재 연구소에는 수처리, 오염물질 제어 등 환경 분야에 정통하신 연구자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후변화를 다양한 접근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후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각 요소 학문별로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이 점에 주안을 두어 앞으로 훌륭한 인재들을 모셔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즉, 기후와 환경을 아우르며 우리의 거대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연구소의 인적 구성을 다변화할 계획입니다.



기후환경연구소는 KIST 최초로 연구부서와 정책부서가 하나로 결합된 조직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두 부서간 어떠한 시너지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모든 정책이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기후 분야는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객관적이며 일관성 있게 국가 정책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은 매우 높고, 그에 따라 우리의 대응책도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책을 포함한 외부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그것을 즉각적으로 기술에 반영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연구를 통해 얻은 최신의 과학적 사실, 기술적 해법이 정책에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면 기후변화 대응의 효율성을 높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회를 전환하는데 한시라도 빨리 노력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책을 수립하게 되면 그것이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시작되었을지라도 종종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즉 정책부서와 연구부서의 결합은 기후 대응의 효율성과 확산력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조직 형태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도 기후 분야에서 정책과 연구의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공고하고 긴밀해질 것입니다.



다른 연구소 또는 정부 기관과의 협업은 기후환경 연구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협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가장 먼저 국립기상과학원을 우리의 핵심 파트너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기초연구 차원에서 인공강수를 직접 연구하고 있고, 다양한 관측기술과 기후예측 모델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상 항공기를 포함하여 장비 활용 측면에서 특히 협업 가능성이 높은데요, 무엇보다도 인공구름을 만들 수 있는 구름챔버가 곧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챔버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우리 KIST 연구진과 함께 폭넓은 협력 연구가 전개될 것입니다. 우리 KIST도 자체적으로 인공 챔버를 구축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것이 내년부터 제가 집중적으로 추진할 사업 중 하나입니다. 챔버의 작동 원리나, 형태, 크기 등 고려할 부분이 많이 있는데요, 국립기상과학원과의 협력 경험은 단지 공동으로 장비를 활용하는 측면을 넘어 KIST 연구에 적합한 챔버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상과학원과 KIST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으로서 연구 중복성의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중복성을 피해가면서 우리는 KIST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방식에 집중하면서 서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하도록 협력이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인공강수소재 개발이 KIST의 강점이라면, 그러한 소재 성능 테스트에 특화하여 챔버를 구축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기후변화의 한 축이 대기와 구름이라면, 다른 중요한 한 축으로는 바다가 있습니다. 해류는 지구를 순환하며 이산화탄소와 복사에너지가 끊임없이 흡수·방출하고 기후 조절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비롯하여 바다를 연구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앞으로 기후변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우리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고,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자원 활용의 차원에서 수자원 관련 연구에 정통하신 KIST 연구자분들과 많은 협업 요소가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인공강수를 포함하여 더 넓은 의미의 기상 조절을 연구하다 보면, 다양한 기술 플랫폼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안개소산 기술을 예로 들면, 드론이 안개가 낀 지역 위를 안전하게 날아다니며 안개 입자를 비로 만들어 내리게 하는 플랫폼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교통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인데요, 처음부터 모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같은 연구기관 또는 기업의 대규모 드론 플랫폼을 차용해서 기상 조절에 특화된 시스템으로 개발하는 등 중요한 협력관계가 구축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소 및 KIST 구성원들께 응원과 당부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KIST가 한국을 대표하는 베스트 연구기관이라고 자부합니다. 최근 팬데믹 상황으로 연구자분들을 자주 뵐 기회를 갖지는 못했습니다만, KIST를 알아갈수록 연구자 개개인이 정말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훌륭한 인재풀과 뛰어난 인프라, 그리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분위기. 이 모든 것에서 KIST는 연구를 위한 환경이 잘 조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당부의 말씀이라면, 지금처럼 연구자 한 분 한 분께서 각자 맡으신 역할과 소임을 다 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성과 많이 내시길 응원하고 싶습니다.



external_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