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기술정책연구소

KIST 본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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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원장님께서 KIST 강릉에 부임하신지 벌써 반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그간의 소회를 간략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릉은 2003년 설립 때부터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었던 곳입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라 제게는 많은 추억이 서려있는 특별한 도시지요. 하지만 저의 전공과 강릉에서 수행하는 천연물 연구는 거리가 멀기에 이전까지는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를 통해 평소 그리던 강릉에 내려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임명장을 받고 강릉으로 내려오던 작년 10월 26일, 바야흐로 가을이 익어가는 때라 강원 산간지역에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었습니다. 44년 전 강릉을 가슴에 담고 서울로 떠날 때와 같은 시기로 그때의 울긋불긋한 단풍은 지금도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천연물연구소에 부임한 이후 강릉과 강원 지역을 섬기면서, 동시에 세계적 수월성을 갖춘 연구 소를 만들기 위해 강릉 가족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장기비전과 구체적 실천 전략 등을 다듬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벌써 8개월이 흘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예전과 같이 여러 명이 모여 소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지속적인 소규모 모임과 개별 면담을 통해 이젠 우리 강릉 가족들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우리 강릉 식구들과 멋진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웃음).



KIST 강릉에 부임하시면서 대표적으로 추진하셨던 일과 앞으로 중점적으로 계획하고 계신 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는 취임사에서 기존 KIST 강릉의 슬로건인 ‘천연물로 인류에게 행복을’ 줄여서 ‘천인행’을 다시 활용해 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제는 구호에 그치지 말자는 의미로 뒤에 동사를 넣어 ‘천연물로 인류에게 행복을 줍시다’ 하고 천명하였습니다.


이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저는 세 가지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천연물 연구의 전주기 플랫폼 구축입니다. 천연물 연구는 통상 천연물 소재발굴로 시작해 특정 질병이나 증상에 작용 여부를 점검하는 활성작용 연구, 효과적인 성분의 작용 기전규명, 그리고 이렇게 발굴된 천연물 소재의 성분이 일정하게 생산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팜을 이용한 재배조건 표준화 및 안정화 순으로 진행됩니다. 천연물 연구를 통해 얻어지는 결과를 산업화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천연물 원료소재의 성분이 기후, 토양 그리고 재배조건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것이고

이는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손꼽고 있는 부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보유한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하여 효율적인 전주기 연구를 구축한다면 국내에서 유일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연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스마트 천연물 연구방법을 도입하는 겁니다. 강릉에서는 이미 천연물 라이브러리를 비롯한 천연물 성분의 빅데이터를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라이브러리에 쌓아 놓고 있는 천연물 데이터를 연구자들이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천연물 성분포탈 테스트 버전을 올해 내로 오픈하려고 합니다. 이 포탈을 통해 천연물 연구의 방법론과 소요 시간에 획기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던 기존 천연물 연구 방법과는 달리 천연물을 포탈에서 검색하고 전산모사를 통해 후보 천연물 성분과 소재군을 압축하여 효과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향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연구 방법을 확고히 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팜 분야에서 우리만의 독창성, 수월성을 갖는 디지털 파밍(digital farming) 기반 K-스마트팜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스마트팜은 기존 농업에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분야로 미래 먹거리 문제 해결과 고령화 시대 속 건강한 삶에 중요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어 경쟁이 치열한 분야입니다. 종합연구소인 KIST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우리 강릉만의 독특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특용작물의 재배 표준화를 이룩하고자 합니다.



분원장님께서는 오랜 기간 본원의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으로 재직하셨었습니다. 본원 연구소장과 분원장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처음에는 분원장도 연구소장이니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연구소장 업무는 직원의 수에 비례할 것이라 짐작하여 분원장 업무가 더 용이하지 않을까 단순한 생각도 했었습니다. 제가 소장으로 있을 때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직원이 약 60여 명으로 천연물연구소 50여 명보다 20% 정도 더 많았으니까요(웃음). 그러나 막상 분원장 업무를 해보니 차이가 많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분원장은 연구부서장과 지역기관장을 합쳐 놓은 것 같습니다. 연구소장은 연구에만 신경 쓰고 이를 잘 관리하면 되지만 기관은 연구지원, 행정, 시설, 안전, 보안, 노무 등등 많은 것을 관리해야 합니다. 서울에서는 원장단이 이런 일들을 다 해 주시니 연구부서장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더구나 지역기관이다 보니 지역의 싱크탱크로서 정책자문, 현안해결, 기업 지원 등 지역사회에 깊이 관여해야 합니다. 이런 점이 차이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본원과는 다른 출연(연) 지역조직의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역조직으로서 분원장님께서 역점을 두고 계신 부분이 있을까요?


출연(연) 지역조직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전략에 입각하여 지역의 현안 해결을 위해 설립되었기에 지역 산업과 경제 그리고 문화에 철저하게 스며들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 KIST 강릉이 이런 점이 조금 미흡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만난 대부분의 지역민은 KIST 강릉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강릉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알지 못하고 관심 또한 없어보였습니다. 저는 우리 KIST 강릉이 지역민들의 신뢰와 관심을 회복하고 나아가 사랑과 존경을 받는 그런 연구소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강릉시, 강원도와 현안 사업들을 공유하고 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하는 천연물 연구뿐만 아니라 KIST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연구 전문성을 활용하여 지역의 파이프라인으로서 도움이 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강릉시에 KIST가 자랑하는 발열 체크 키오스크를 기증하여 많은 호응을 받았고, 본원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 효율적인 영동지역 코로나 방역 대책 수립을 위한 전산모사 프로그램 또한 수행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와는 “그린바이오 클러스터 구축”, “난치성 만성질환 극복을 위한 천연물-항체 병용기술 개발” 등 대규모 사업을 공동으로 기획하여 지역 현안 해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지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역산업과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작년 9월 정부는 그린바이오 융합형 新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그린바이오 분야의 산업기반, 기업지원 및 생태계 구축방안을 논의하였습니다. 강원도는 천연물 산업의 잠재력이 크고 관련 인프라와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국가 그린바이오 전략의 중심으로 기대가 큽니다. 강원도 그린바이오 역량의 중심인 KIST 천연물연구소는 그린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지자체와 어떤 협력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그린바이오는 쉽게 말해 농업과 바이오가 결합된 영역으로 강원도에 풍부한 천연물 자원을 바이오 산업의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사업입니다. 지역민, 강원도와 각 지자체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 등이 모두 큰 기대를 가지고 한마음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KIST 강릉도 강원도 내 다양한 연구소 그리고 지자체와 협력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대표적으로 평창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그린바이오 과학기술연구원(GBST)과 협력을 통해 그린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기획하고, 이를 통해 KIST 강릉에는 분석센터를 유치하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홍천의 서울대학교 시스템 면역 연구소, 춘천의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강원도의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위의 기관들과 함께 만성 질환 극복을 위한 천연물 항체 치료 관련 국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스크립스코리아에서 개발한 항체를 KIST 강릉의 천연물과 조합하여, 타겟형 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기존에 KIST 강릉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업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역 기관은 지역과 더불어 살고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게 저의 지향점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지자체, 지역 연구기관과 협력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최근 천연물연구소에서 창업 관련하여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던 비결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실수 있으실까요?


KIST가 외부에서 지적을 받는 점 중 대표적인 것이 연구실에만 갇혀있는 연구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연구자 시절에는 잘 몰랐지만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과 KIST 강릉 분원장을 거치면서 많은 분을 만나다보니 이러한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창업은 기술이전을 넘어 본인이 개발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창출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강릉에서는 의료용대마 관련 기업 네오켄바이오, 미세조류 관련 기업 마이크로알지에스크어스 두 회사가 탄생했습니다. 이는 연구원이 40명에 불과한 KIST 강릉의 규모에 비하면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상당히 높은 규모의 창업율입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창업을 선택하신 박사님들은 자신의 기술을 직접 상용화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자 이러한 길을 선택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선배연구자들이 창업에 뛰어들고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후배 연구자들 마음속에는 자연스럽게 기업가정신이 새겨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분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창업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저의 임무이지 않을까 합니다.



강원도의 핵심 지역전략산업인 천연물 산업에 필수적인 산업화 R&D 혁신 플랫폼 구축을 위하여 KIST는 강원 천연물 산업화 R&D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R&D센터의 주요 목표와 필요성은 무엇인가요?


KIST 강릉은 올해로 18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사람도 약관의 나이가 되면 스스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처럼, 2년 뒤인 2023년에는 20주년을 맞이해 KIST 강릉도 제2의 도약, 일반적인 도약보다도 퀀텀점프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R&D센터는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라고 생각합니다.


20년 전 KIST 강릉을 설계할 때와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역 조직으로서 지역 사회 공헌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이에 부응해야 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강릉과 강원도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환으로 새로 생길 R&D 센터에는 KIST 강릉 패밀리 기업의 R&D 센터들을 입주시킬 계획입니다. 본원의 링킹랩처럼 KIST 연구자와 기업 연구자가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오픈 스페이스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적극적인 기업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더 나아가서 장기적으로는 R&D센터에 ODA 교육센터를 설치해보고 싶습니다. 강릉의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서 개발도상국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 국가의 공무원이나 학생들을 유치하고자 합니다.



분원장님께서는 본원 시절부터 KIST 대표 스포츠맨으로 유명하셨습니다. 강릉 분원에 부임하시고 운동이나 자기관리 측면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으신가요?


강릉에서도 똑같습니다(웃음). 강릉에도 연수원을 개조한 체육관이 있는데 코로나로 폐쇄하여 이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처럼 본원에 오는 날에는 새벽에 동호회 회원들과 테니스를 칩니다. 강릉에도 테니스 동호회가 있는데 많이 참석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최근에 대회를 진행해서 즐겁게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워낙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탁구, 골프 등 KIST 강릉의 운동 동호회에는 거의 다 참여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웃음). 또 강릉에 있는 저희 집이 송정해변과 가까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거나 경포 해수욕장까지 왕복 7km 정도를 뛰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KIST강릉 천연물연구소와 KIST 가족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도 본원에 있을 때는 KIST 강릉이라는 조직에 대해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전북 분원장님과 논의한 것이 기존에 사용해오던 분원이라는 말을 없애자는 것입니다. 대학들이 분교라는 단어를 없애고 캠퍼스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처럼, 강릉은 천연물연구를, 전북은 탄소 복합소재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소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KIST 강릉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구성원들에게 자부심과 자존감을 느끼게 해주고자 합니다.


제가 느낀 강릉의 연구자들은 굉장히 젊고, 하고자 하는 강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에너지를 결집하여 잘 발전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KIST 강릉의 훌륭한 연구자들의 리더가 될 수 있어 감사하고, 이전보다 발전한 연구소, 한 단계 도약한 연구소 또 더 나아가 인간의 정이 넘치는 연구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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