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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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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께서는 KAIST 산업공학과 석사 출신이며 37년간 KAIST 교수로 다양한 보직과 위치에서 봉사하셨습니다. 평생 헌신하셨던 모교의 총장이 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제 KAIST가 설립 50주년이 되었고, 새로운 50년을 시작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50년을 위해서는 뭔가 변해야 되는 시기가 되었는데 변화를 시작하는 시기에 총장이 되었으니 책임이 더 무거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민적인 기대도 크고요. 그래서 기쁘면서도 책임감이 교차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를 비롯하여 여러 분야에서 전세계 10위권 국가로 국민들의 기대가 무척 큽니다. 세계 일류 기업도 있고, 음악가도 있고, 영화제작자도 있고, 일류가 많이 있잖아요? 그런데 대학만 일류가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국민들에게 우리가 대학에 있는 사람으로서 도리를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 카이스트가 해줘야 합니다. 물론 10등 안에 들면 제일 좋겠지만, 19등 안에 들어도 10위권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웃음). 그렇게 카이스트는 세계 10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 일류가 되려면 지금까지 하던 걸 바꿔야 합니다. 모든 면에서 이제 남이 안 하는 새로운 것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다른 곳이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가 아니라 남들이 안 하는 걸 해야 하고 그중에 몇 가지를 성공하면 그게 일류가 되는 길입니다.



총장님께서는 드라마 카이스트의 괴짜 교수 ‘박기훈’의 참고 모델로도 유명합니다. 그만큼 혁신적인 강의방식이나 창의적인 사고는 많은 KAIST 졸업생에게 영감을 주었는데요. 몇 가지 사례들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사실 처음에 제가 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는지 잘 이해가 안 되었어요(웃음). 그런데 아마 저만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알았었나 보죠? 그 당시 송지나 작가가 학교에 와서 인터뷰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저를 가리켰다고 하네요. 그때 벌써 찍혔었나 봐요(웃음).


수업 사례나 실험실 운영에 관해 기억에 남는 사례로는, 수업할 때 보면 제가 출석을 원래 잘 안 불렀어요. 출석은 잘 안 부르는데 질문하는 학생들은 제가 이름을 적어 출석점수를 줬어요. 그리고 또 학생들한테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다양한 과제들을 줬습니다. 예를 들어 고무밴드를 하나씩 나눠주고 이 고무밴드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생각나는 대로 써봐라. 그럼 많이 쓰는 학생들은 20가지도 쓰고 못 쓰는 학생들은 5개 정도 씁니다. 서로 바꿔서 채점하면서 합당하다 생각하면 동그라미를, 아니면 엑스 해라 그러면 서로 배우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채점하기도 쉽습니다(웃음).


연구실 관리는 제가 기본적으로 간섭을 안 하는 편입니다. 가정에서도, 자녀에게도, 연구실 학생들에게도 간섭을 잘 안 합니다. 왜 간섭을 안하냐 하면 우리 학생들은 기본 능력이 있어서 자기가 알아서 잘 합니다. 틀에 맞춰서 논문 주제나 연구 방법을 주기보단 자기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제일 좋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실에 학생이 오면 연구주제를 안 줬습니다. 제가 몰라서도 안 주기도 하고(웃음) 또 학생들이 안 좋아하는 주제를 주면 안 되니까. 6개월이고 1년이고 스스로 찾아보고 나한테 얘기해봐라 그러니 처음에는 좀 불안했겠죠. 하지만

지나고 보니까 결국 본인들이 능력이 있기에 자기가 할 걸 찾으면 자기가 좋아서 잘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그게 돌이켜 보면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혁신 지향적 사고와 창의력을 강조하시는 방식은 총장님의 연구실이 벤처 창업의 요람이 될 수 있었던 비결 같습니다. 총장님의 제자 중 많은 혁신 기업가들이 나왔는데 어떻게 그분들을 지도하셨는지 비결이 궁금합니다.


그냥 학생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는 거지요. 창업을 독려했냐고 물으셨는데 물론 돌이켜보면 독려도 했습니다. 제가 ’95~’96년에 연구연가로 미국에 가있을 때 실리콘밸리, 스탠퍼드에 있었는데 그때 학생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여서 회사에서 근무하게 도와줬습니다. 그때 제가 미국에 가보니까 대한민국하고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다들 자신의 기술로 벤처기업을 일구고 있고 그래서 아 이건 우리 학생들에게 보여줘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학생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회사들을 돌아다니면서 세일즈를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 이런 교수이고 이런 기술이 있고 프로젝트도 할 수 있다, 이런 거를 개발 가능하다 그랬더니 두 회사가 프로젝트를 줬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학생이 와서 미국 회사에서 6개월씩 근무하면서 세상을 봤어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와서 보더니 세상이 이렇구나! 한국에서처럼 교수되고 연구소 가는 거만 좋은 건 줄 알았더니 더 좋은 게 있구나! 하면서 눈을 떴습니다. 그때 에피소드가 학생들이 관광비자로 오니까 3개월밖에 못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간에 캐나다도 한번 다녀와야 돼요(웃음). 그렇게 6개월씩 있다가 갔습니다. 물론 회사도 학생도 더 있길 바랐는데 저는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경험하길 바랐기에 6개월마다 학생들이 교대했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보여주는 기회를 준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교육이 뭐냐고 그러면 교육은 그 학생들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자신이 갈 길, 꿈을 갖게 하는 것 까지가 학교가 그리고 교수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스스로 하는 것이고, 학생들에게 직접 떠먹여주는 건 의미가 적다고 생각합니다. 갈 길을 찾게 하면 나머진 저절로 다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쉽습니까(웃음). 미국에 다녀온 학생들이 많이 창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물론 안한 학생들도 있어요. 다 자기가 원하는 길을 가는 것이고 교수는 도와줄 뿐이죠.


취임 후 목표로 하신 것 중 기술사업화를 통해 KAIST 기술 기반의 우수한 기업을 발굴하고 학교 재정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시겠다는 의지를 보이셨습니다. 이를 위해 KAIST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어떤 내용들이 있나요?


기술 창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학생이나 교수 입장에서는 자기가 배운 것이 사업화되면 보람이 됩니다. 국가를 위한 봉사도 되고요.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그것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교수가 창업을 하게 되면 지분을 학교가 받지 않습니까? 학교에서 생긴 기술을 회사에서 사용할 때 기술료를 받기도 하고요. 이를 통해 수입을 챙겨서 학교가 재정 자립을 해야 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수나 학생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연구가 시장에서 어떻게 발휘가 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시장에 가까이 있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좋은 기술인데 실험실에서 그냥 썩히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시장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에 TLO 조직을 민영화 시켜서 더 적극적으로 기술을 발굴할 수 있게 지원하고자 합니다. TLO 조직이 학교 내에만 머물러있으면 열심히 일할 동기가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민영화를 통해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으로 더 많은 기술들을 사업화하고자 합니다. 



총장님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준비위원장을 맡으시기도 하셨고, 초기 인공지능 연구와 최근 미래학까지 현재 한국의 미래 먹거리에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하셨습니다. 한국 과학기술계와 KAIST가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분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우리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그런 사업에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드론 산업이나 빅데이터 산업 등을 규제 때문에 많이 놓쳤습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참 아쉬워요. 헬스케어나 자율 주행 자동차 같은 분야가 지금 많이 성장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도 산업계에서 많이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첨단 연구를 하는 대학과 연구소의 경우 아직 보이지 않는 것, 아직 연구되지 않은 선도적 연구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 보이는 산업들도 중요하지만 10년 뒤, 20년 뒤에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어장을 찾는 그런 지금까지 없었던 연구에 집중해야 합니다. KIST와 KAIST 모두 잘하고 있지만 둘 다 더 열심히 해야겠지요? (웃음)



총장님은 KAIST에 오리와 거위를 데려오시고 교내 음악 버스킹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내시는 등 평생 동안 KAIST에 휴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더하고자 노력하셨습니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모인 KAIST에 인문학과 예술을 더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카이스트가 일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로 남들이 안 하는 걸, 세계 최초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조건 하는 게 아니라 잘 골라서 해야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잘 골라서 하느냐? 그걸 위해 인문·예술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2등을 할 때는 그냥 따라가면 되니까 창의적인 접근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세계최초를 하려면 지금까지 하던 것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그럼 먼저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이때 예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음악을 듣거나 미술을 감상하면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지 않습니까? 잠시 예술과 함께 머리를 식히고 다시 자기가 하던 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때 자기가 하던 일을 다시 밖에서 볼 수 있어요. 그게 관조입니다. 그럴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두 번째로는 새로운 걸 할 때 타겟팅을 잘해야 되잖아요? 그때 잘 고르는 방법은 미래에 사람들이 원할 것, 제가 지금 이걸 준비하면 1년 후에 빛을 볼 것, 5년 후에 빛을 볼 것, 10년 뒤에 빛을 볼 것을 골라야 하잖아요. 10년 뒤에도 사람들이 원할 것을 찾으려면 인간의 본성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인간의 본성을, 인간의 욕구를 알려면 인간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게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나침판이 바로 인문학이지요.


정리해보면 두 가지 축이 있겠네요. 현재 시점에서 자기가 하는 일을 바라보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예술이고 미래의 시점에서 인간이 무엇을 원할지를 생각하게 도와주는 게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2등을 하려 할 때는 이런 게 필요 없지만 1등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에 예술적 감각을 통해 밖에서 나를 바라보고 인문학과 철학을 이용해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하며 주제를 잡아야 됩니다. 그렇기에 카이스트에서는 학생들이 인문학과 예술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총장님은 예전부터 리더십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셔서 직접 프로그램도 수강하시고 KAIST리더십 프로그램도 처음 유치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바람직한 리더십 교육은 무엇인가요?


사실 모든 면에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됩니다. 저도 그렇고요. 매주 교회에 가는 것도 헌금 내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잖아요. 성경 말씀을 듣기 위해서 가는 거죠(웃음). 매주 가서 설교 말씀을 듣는 이유가 우리가 자꾸 잊어버리니까 그래서 가는 것이지 않겠어요? 리더십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이스트에는 그전에도 있었지만 내부 교육을 무척 강조해서 학생 교육도 리더십 교육도 잘 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제 교수들입니다. 교수님들이 가르치는 건 잘해도 배우는 걸 잘 못 합니다(웃음). 그래서 저희는 보직자 워크숍을 매달 하고 있어요. 총장부터 학과장들 포함해 보직교수

들이 모여서 하고 있는데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공부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매달 세 번째 월요일에 하고 있는데 그걸 서연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서연에서는 리더십이나 기본적인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최소 7~80분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왜 서연이라고 부르냐면 옛날에 왕이 신하들하고 공부하는 것을 경연이라고 하고 왕세자들을 공부시키는 모임을 서연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실 차기 총장은 이 보직자들 사이에서 나오지 않겠어요? 그래서 차기 총장을 교육시키는 모임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어때요, 의미도 좋지 않나요(웃음)? 저는 4년 뒤에는 이 자리에 없을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4년 뒤 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도 저에게 중요한 일이지요. 지금 우리가 다 같이 공감을 하고 있고 KAIST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정신, 예를 들어 일류대학을 위해 달려가는 이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 등등. 이런 것들을 혼자만 아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함께 공부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서연에서는 한 분은 외부, 한 분은 내부에서 강사로 모셔서 리더십, 인문학, 철학 등을 같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총장님을 통해 정문술 회장님이 513억원을 기부하고 최근 크래프톤에서 110억원을 기부하는 등 총장님을 통로로 사회 각계에서 많은 기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중에는 KAIST와 평생 관련이 없던 분들도 많은 데요, 많은 분들이 기부를 대상으로 KAIST를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가 부강해야 되겠다. 잘살아야 되겠다. 나라가 힘이 있어야겠다. 그런 이유에서 기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답이 과학기술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과학기술계에 기부하시는 것 같고. 그리고 KAIST에 기부하시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는, 국가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기부해주신 이수영 회장님께서는 KAIST의 학생을 키우는 것이 나라의 국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감사한 말씀입니다. 또 보통 기부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예전에 젊었을 때 외국에 나가서 활동하시다가 설움을 받으셨던

분들이 또 많습니다. 요즘이야 우리나라가 많이 부강해지고 많이들 알아주니까 젊은 분들은 잘 모르시는데 2~30년 전에는 외국에 나가면 멸시를 많이 받기도 하고 어려웠습니다. 그때 나라가 힘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고, 감사하게도 KAIST를 찾아 기부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KIST와 KAIST는 원래 같은 뿌리의 식구였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인 KAIST와 대한민국 정부 출연연구소의 맏형인 KIST가 앞으로 어떤 부분에서 같이 협력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KIST에 KAIST 출신 연구자들도 많은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미래분야를 같이 개척했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연구에는 저희가 시간을 쓸 필요가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앞으로 다가올 그럴 분야를 발굴해서 같이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KIST는 우리나라 연구의 원조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도 선도적으로 잘 해와 주셨는데,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개척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다른 연구소하고도 차별이 되고, 기업들과도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출연연구소가 기업연구소하고도 겹치는 부분에 대해 비판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기업연구소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새롭게 찾아서 국가를 위해 앞장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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