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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계가
주목해야 할
벤처투자 트렌드

곽 재 원

가천대학교 교수

kjwon54@gmail.com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흐름이 대(大) 정체기에 접어 들었다. 세계의 벤처 투자액은 2019년에 이미 7년 만에 감소추세로 반전한 상태에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확대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더욱 악화 .


  유력 회계사무소 KPMG에 의하면 2019년의 세계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2570억달러(약 280조원)로 전년보다 15% 줄었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유니콘으로 불리는 벤처에 대한 평가가 한결 엄격하게 되면서 미국과 중국에서 투자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신형 코로나의 영향으로 세계에서 주가 약세가 진행되고 있어 벤처투자가 냉각될 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벤처투자 감소에는 양국 간의 정치·경제적인 갈등도 작용하고 있다. 1990년 후반부터 중국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성장하기 시작한 이래 미국 투자가들은 중국이 기술대국으로 대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역대 투자 건수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1999년에 골드만삭스가 알리바바에 투자한 330만달러(약35억원)였다. 이 자금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그 그룹이 일어서게 지원했을 뿐 아니라 미디어에서의 인지도 향상과 그 후의 자금조달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골드만삭스는 2004년에 지분을 2200만달러에 매각해 7배 가까운 이익을 냈다. 당시로서는 상당한 이익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하이테크 분야가 급성장한 20년 동안에 다른 구미 벤처캐피털이 얻은 거액의 이익과 비교하면 미미한 것이었다.


  미·중간의 무역마찰과 지정학적인 대립이 몰고 온 여러 의혹과 불안은 미국에서 중국 스타트업으로 가는 자금 유입, 중국에서 미국 신흥기업으로 가는 투자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미·중 양방향의 정체다. 특히 미국의 벤처자금이 중국으로부터 철수되는 것은 중국으로선 ‘자금조달의 겨울’을 뜻한다. 더구나 중국의 유니콘 평가도 급락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경제연구기업 로듐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주요 IT 기업의 대부분이 미국의 벤처투자가들로부터 자금조달을 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2000년부터 2019년 상반기 사이에 미국으로부터 벤처 지원을 받은 중국기업의 3분의 1이 미국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국 벤처투자는 2018년 174억 달러로 2017년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그러나 2019년 상반기까지 이 같은 자금유입은 13억 달러로 줄었고, 하반기에도 전혀 회복하지 못했다. 이같은 실적 저조의 배경에는 정책과 규제가 있다. 우선 미국 연방정부는 중국에 대한 투자가 핵심기술의 유출로 연결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며 경계심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인권침해 문제로 2019년 10월 중국의 유력한 8개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원칙 금지하는 미국 상무부의 ‘엔티티 리스트’에 추가됐다. 이 때문에 중국기업이 미국의 서플라이어와 투자가로부터 사실상 퇴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연방정부는 미국의 벤처투자가에 중국에서의 잠재적인 기술투자의 거의 대부분을 재평가시켰다. 중국도 이에 맞서 국내로 들어오는 벤처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자금과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생태계(에코시스템)이 순식간에 냉각되고 있다.


  미·중의 벤처단절(디커플링)로 세계 인력, 자금, 상품의 이동에도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이제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의 벤처펀드들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지원해 줄 스타트업 후보를 찾을 것인지, 이와는 별도의 투자기업 후보를 찾을 것인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정광용 4차산업 본부장은 “세계 벤처투자 흐름은 한국의 실리콘밸리인 판교에도 곧장 영향을 준다. 이런 위기에서야말로 이노베이션의 싹을 꺾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벤처 경영자와 투자가는 자금조달 환경의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 인재와 상품의 흐름이 제한되고 기업의 사업 활동에 정체감이 전방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유연한 발상으로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해 신시장을 여는 벤처의 역할은 중요하다. 경영자는 먼저 자금조달이 막히는 것을 전제로 사업계획을 바로 세워야 한다. 조기에 수익을 내는 서비스와 제품개발을 우선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경영기법도 유효할 것이다.


  미국의 구글은 1998년 설립 후에 IT 버블이 붕괴하며 주가가 폭락했다. 많은 벤처들이 몰락했다. 그러나 구글은 네트워크 광고로 돈을 버는 수익모델을 조기에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성장해 나갔다. 투자가는 이러한 관점에 서서 유망기업에 자금공급을 계속해 주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유력 벤처캐피털이 투자기업에 비용 삭감을 강력히 주문하기도 한다. 경영에 대한 강력한 관여다. 신형 코로나 감염확대로 텔레워크(직장외 근무)와 온라인 교육 등 벤처가 잘할 수 있는 디지털 영역의 신시장은 넓어지고 있다. 역경을 넘어서는 이노베이션을 창출하는 힘이 곧 국력이다. 우리 과학기술계도 이런 환경을 면밀히 파악하여 국가 이노베이션의 모멘텀을 찾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