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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 대응을 위한
과학기술 정책

차 두 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전략연구실장

dwcha7342@gmail.com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있다. 작년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원인 불명 폐렴 환자 27명 발생 보고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는 올해 1월 20일 첫 환자 확진, 세계보건기구는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2월 23일 위기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범정부 차원 최고 수위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대규모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를 총괄 조정하는 조직으로 정부는 감염자 조기 발견을 통한 확산 봉쇄라는 전례 없는 방역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위험군과 발병 위험이 큰 집단을 중심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 거버넌스는 원활하게 운영 중 인 듯 하다. 2월 27일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국내 진단 검사 건수는 5만 6,395건으로 확진자 1,766명을 확인했다.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들보다 많은 검사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변곡점을 만들어 내려는 전략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진단능력과 거버넌스 운영의 결과로 판단된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진단 능력과 공개 투명성, 열정의 산물이라고 보도할 정도다.


  재택근무 등을 위한 화상회의와 협업시스템, 홈스쿨링, O2O 배송 등 업무와 생활패턴이 변하고 있다. 비대면 주유앱도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종과 주유량을 설정하면 주유소에 도착해 창문을 내려 주문하지 않아도 사전에 전달된 정보를 활용해 주유원들이 알아서 주유한다. 주유원들과 대화할 필요도 없고, 앱결재 시스템으로 신용카드를 주고 받지 않아도 된다. 타인과의 접촉을 통한 감염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한 언택트(untact) 기술과 서비스들로 과학기술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원격진료도 중요한 언택트 기술 가운데 하나지만, 우리나라에서 풀리지 않는 규제의 대표적 아이템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화로 의사 진단과 처방을 받는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환자는 의사와 전화 상담 후 계좌이체를 통해 진료비를 송금하고, 의사는 팩스나 이메일로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전송할 수 있다. 의사협회는 원격진료를 반대하고, 약사협회는 전화·대리 처방을 인정하면서도 원격진료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엇다. 국가마다 의료시스템이 상이 하지만 미국에서는 화상, 전화, 이메일을 통한 진료행위가 가능하다. 일본도 1997년 12월 도서벽지 환자 및 9대 만성질환(재택 당뇨병 환자, 재택 고혈압 환자, 재택 천식환자, 재택 산소요법을 하고 있는 환자, 욕창있는 재택 요양환자, 재택 뇌혈관 장애 요양환자) 환자를 대상으로 허용했던 원격의료를 2015년 8월 전면 허용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불법인 원격진료는 미국의 닥터온디맨드, 일본의 포켓닥터와 같은 관련 플랫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과학기술분야 최상위 계획은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개발 추진전략이다. 5년 단위로 수립한다. 현재 제2차 계획(2017년~2021년)이 진행 중이다. 2013년 정부의 감염병 관련 연구개발투자는 총 1,482억(과제수 1,137개), 2017년은 2,486억(과제수 1,524개)으로 2013년부터 2017년 총투자는 1조 140억 규모다. 연평균 13.8%씩 증가했다. 신변종 감염병 대응기술은 2013년 수립된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4차 계획에도 중점과학기술 120개 가운데 하나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심의한 2018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변종 감염병 대응기술 수준은 최고 수준을 보유한 미국과 유럽연합(100%) 대비 70.0%, 시간적 격차는 무려 5년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대비 중국은 75%(시간적 격차 4년), 일본은 80%(시간적 격차 2.5년)로 우리나라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에볼라, 지카 등 바이러스성 질병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 비상상황이 종료되더라도 동일한 혹은 새로운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지속적으로 유행하는 질병은 후속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발생 이력이 없거나 가능성이 낮은 신종 질병에 대해서는 투자가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개발 추진전략 2019년 시행계획을 살펴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0대 중점연구분야 가운데 신종 및 원인불명 감염병 연구개발투자는 2015년에 100억을 기점으로 2016년 213억, 2017년 253억원으로 투자가 늘어났으나, 해당 기간 총 투자는 590억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로 규정했다. 경제 발전,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한 현재의 과학 기술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불투명한 미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과학기술 규제, 투자, 포트폴리오 등 관련 정책들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계획들에 대한 반성과 현실을 감안한 업그레이드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뉴스의 진실공방,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 , 생물무기 음모론 공방 등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부추기는 상황에 대한 대응이다. 과학적 해석과 의미 전달이 아쉽지만, 과학계의 침묵도 지적되고 있다. 미국환경보호국(EPA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현안이 되는 위해성의 내용, 위해관리를 위한 법적·제도적 관련내용 등에 대한 모든 메시지를 개인, 집단, 조직간에 상호 교환하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감염병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 출현에 따라 오랜 시간 논의된 이슈다. 과연 우리나라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도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해 볼 시점이다.


  이번 사태 대응을 위해 노력하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과학계, 의학계 등 모든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