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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 융합사업, 과제는 무엇인가?

김 왕 동
STEPI ODA사업단장
wangdkim@stepi.re.kr


우리나라의 2019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규모는 3조2003억 원으로, 지난 10여 년간(2008년 9천억 원) 3배 이상의 놀랄만한 성장을 보여 왔다. 사업 수도 1,404개, 참여기관 수도 41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중앙 및 지자체 산하 다수 기관들이 단기, 소규모, 분절적 사업형태로 ODA를 추진해 옴으로써 효율성과 효과성이 감소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감사원, 2017). 이에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ODA 융합사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ODA 융합사업의 개념과 유형은 무엇이며, 어떤 특징이 있고,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ODA 융합사업의 개념 및 유형


ODA 융합사업에 대한 개념정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논의되는 담론들을 고려해 보면 ‘다양한 ODA 분야(예, 교육, 보건, 에너지, 과학기술 등)의 전문가, 기관, 부처 등이 협력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적으로 연계하여 추진하는 ODA 사업’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ODA 융합사업의 유형을 크게 사업수단의 융합, 사업기획의 융합, 분야/공간의 융합으로 구분하고 있다(KOICA, 2019)9) 그러나 위 분류는 주로 버텀-업 형태로 제출되었던 기존 사업들 간의 사후적 융합을 촉진하거나 구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해 향후 톱-다운 형태의 사전적 융합기획 시 활용도가 감소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 고에서는 톱-다운 형태의 사전기획 범위와 수준을
쉽게 정의하고, 유형을 단순화하기 위해 전문가, 기관, 부처 등의 참여범위(coverage)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기관 내 타 전문가 간 융합’으로, STEPI가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여 국제기술혁신협력사업(K-Innovation)을 수행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부처 내 타 기관 간 융합’으로,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인 KISDI가 NIA, NIPA, KISTI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ICT 관련 인프라 구축 및 교육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범 부처 타 기관 간 융합’으로 STEPI가 ICT 혁신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산자부 산하의 KIAT나 과기정통부 산하의 KISDI,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그리고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ICT 중소벤처기업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ODA 융합사업의 특징 및 접근법


위의 ODA 융합사업의 유형에서 보듯이 융합사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다 분야 전문가/기관/다 부처의 참여가 요구된다. 즉, 융합사업은 특정 기관 내(예, STEPI)의 다양한 전문가 간이나, 아니면 특정 부처(예, 과기정통부)내의 기관 간, 혹은 범 부처 산하 기관 간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사전기획이나 사업과정 상의 조정 및 관리비용이 더 많이 요구될 수 있다.


둘째, 중장기 대형 프로젝트화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특정 기관 내에 한정되어 과제가 기획, 운영될 경우 단기 프로젝트화가 가능할 수 있지만, 다양한 기관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여 운영될 경우 사업 기간이나 규모 면에서 중장기 대형 프로젝트화 될 수 있다.


셋째, 우리나라뿐 아니라 파트너 국가의 경우도 다 기관/부처의 참여가 요청된다. 융합사업은 다양한 분야와 부처가 관여하기 때문에 파트너 국가의 경우도 다양한 기관과 부처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파트너 국가와의 커뮤니케이션, 조정 및 관리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넷째, 버텀-업보다 톱-다운 기획방식이 더욱 요구된다. 기존의 개별 기관들이 버텀-업 방식으로 올린 사업을 사후적으로 융합하는 것은 단순 물리적 융합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진정한 화학적 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전에 톱-다운으로 기획한 후 해당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ODA 융합사업은 다음과 같은 접근법(절차)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첫째, 多수준적 접근(multi-level approach)이다. 융합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느 국가를 대상으로, 어느 수준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24개 중점협력국(혹은 신남방/신북방 국가)중 한 국가를 선정한다든가, 만약 특정 국가를 선정하였다면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국가/지방 수준의 사업을 추진할 지 아니면 커뮤니티(마을) 혹은 기관 수준의 사업을 추진할 지 결정해야 한다.


둘째, 미션 지향적 접근(mission oriented approach)이다. 일단 국가와 사업수준이 결정되고 나면 사업의 구체적인 미션을 확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기획·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업목표는 무엇이고, 사업기간은 어떠해야 하는지 미션을 확정한 후 정해진 기간 내에 미션을 완성해야 한다.


셋째, 시스템적/총체적 접근(system/holistic approach)이다. 일반적으로 협력국의 문제들은 사회·기술 시스템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한 부분의 치료만으로는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패키지형 처방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분야 사업팀(기관 내, 부처 내 기관 간, 범 부처 간)의 구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순차적 접근(sequential approach)이다. 협력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 기관들의 순차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즉, 협력국의 입장에서는 모든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CT혁신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기관이 먼저 참여하고, 다음으로 클러스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관이 참여한 후, 최종적으로 클러스터 활동과 관련된 기관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ODA 융합사업의 문제점 및 과제


전술한 바와 같이 정부는 현재 ODA 융합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교부는 버텀-업으로 올라온 다양한 사업들의 융합을 위해서 각 기관 간 협업을 유도하고 있고, KOICA는 ‘국제개발협력 사업협의회(국사협)’의 운영을 통해 융합사업 발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위 노력들은 대부분 버텀-업 방식의 사업에 대한 사후 물리적 융합에 그치고 있어, 진정한 화학적 융합을 이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화학적 융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


첫째, 톱-다운 방식의 사전기획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기존의 개별기관을 중심으로 한 버텀-업 방식의 기획은 사후적인 융합 성격이 강하여 화학적 융합을 이루거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향후에는 톱-다운 방식으로 사전기획하여 다양한 기관들이 화학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사업비중이 증가될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개위 사무처의 사전기획 기능 강화를 위한 ODA 전문 씽크탱크 지정이 필요하다. 톱-다운방식의 사전기획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국개위 사무처의 기획역량과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체 해결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전문 씽크탱크를 지정하여 상시적인 도움을 얻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국사협의 경우도 현재는 버텀-업 방식의 융합사업 발굴에 중점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으나 화학적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전문 정책 씽크탱크의 도움을 받아 사전기획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외교부 시그너춰 프로그램, KOICA 정부부처제안사업, 기재부 KSP 부처제안사업 등의 경우 융합사업의 장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재 다양한 부처제안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의 경우 추후에는 부처 내 혹은 범 부처 간 다양한 기관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참여하는 사업의 경우 우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넷째, 특정규모 이상 프로젝트(예, 100억 원)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융합사업의 특징은 다수의 기관이 참여함으로써 중장기 대형 사업화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예타제도와 같이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미리 사전기획을 하고 타당성 검토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위 기능은 국개위 사무처가 ODA 전문 씽크탱크를 지정하여 연구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섯 째, 수행기관의 ODA 융합프로그램/사업을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 국개위나 국사협 차원의 톱-다운식 사전 기획뿐만 아니라 수행기관(예, STEPI, KIAT) 차원의 버텀-업 방식의 ODA 융합프로그램/사업/프로젝트 기획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특정국가의 ODA 시행계획을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작성하고 추진할 경우 가점을 주는 방식이다.


여섯째, 과제의 대규모, 중장기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ODA 융합사업은 다양한 분야의 다수 기관들이 참여하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대규모 중장기 프로젝트화 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책자문(개발 컨설팅) 사업의 경우 2개 이상 기관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여 최소 3년 이상, 연간 5억 원 이상 되는 프로젝트로 전환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정책자문 및 인프라 구축 연계사업의 경우는 총 프로젝트 비용이 1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전수요조사, 사전타당성조사, 사전기획 비용 지원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융합 ODA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N-2단계에서 다수 기관들이 공동의 사전기획 및 공동 현지조사 등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정부가 ODA 융합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사전 기획비용을 ODA 사업 예산에서 일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적극 강구될 필요가 있다.



* 참고자료


감사원 (2017), 공적개발원조 추진실태, 5월 24일.
KOICA (2019), 국제개발협력 사업협의회 제1차 고위급 회의: 2019년 융합프로그램 추진계획, 5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