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기술정책연구소

KIST 본원

인터뷰




그린스쿨 원장을 맡고 계시는데 그린스쿨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원장으로서 역점을 두고 계신 점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KU-KIST Green School이 2010년에 처음 신입생을 모집해서 내년에는 어느덧 10주년이 됩니다. 제가 알기로 연구소와 대학이 과제 형태로 협력을 맺는 경우는 많지만, 대학원 형태로 공동 운영을 하는 사례는 국내에서 우리 그린스쿨이 처음입니다. 보통 좋은 협력 모델을 이야기할 때 독일의 사례를 많이 벤치마킹해오고 있는데 그린스쿨 모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잘 알려져 있는 독일의 유명 연구소들은 모두 대학과 협정을 맺고 있고 이러한 융합모델이 국내에도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실행에 옮겨진 것은 그린스쿨이 처음입니다.


그린스쿨의 특징을 말씀드린다면 두 가지 면에서의 융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두 기관의 협력모델(KU-KIST) 추구입니다. 국내 최고의 교육기관(고려대)과 연구기관(KIST)이 모여 시너지를 창출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교육·연구 내용 면에서의 협력입니다. 그린스쿨은 에너지·환경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데 이 분야는 사실 기술 개발도 분명 중요하지만, 국가 정책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만큼 정책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좋은 정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 또한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기술개발을 전공하는 사람도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고 R&D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등 서로 간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여타 분야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술과 정책의 융합을 그린스쿨 내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대 출신인 제가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만 그린스쿨은 국제학부, 경제학부, 법학, 자원경제 등 다양한 인문사회 분야 교수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그린스쿨이 융합을 주된 특징으로 삼고 있다 보니 학생들의 커리큘럼도 두 트랙으로 진행됩니다. 정책 전공 학생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기술 전공과목을 듣게 하고 반대로 기술 전공 학생들에게는 정책 관련 과목을 수강하게 하여 서로 간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학생, 교수 모두 이와 같은 필수 커리큘럼을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분명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문 간의 교류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운 부분을 점진적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해 서로 다른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서 여러 융합의 시도들을 계속적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전에 KIST와 맺은 인연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0년도 초에 KIST와 고대 간의 협력 연구를 추진하면서 KIST와 맺은 인연의 역사를 지금까지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2003년 당시, 지식경제부에서 발족했던 ‘신재생에너지 3대 사업단’에 KIST 홍성안 박사(현: KIST 명예연구원)와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KIST와 협력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3대 사업단은 수소연료단지사업단, 태양광사업단, 풍력사업단으로 구성되었는데 그때 당시 수소연료단지 사업단의 단장이 홍성안 박사였고, 그리고 태양광사업단 단장을 제가 맡으면서 사업단장들 간에 자주 왕래하였고 그 관계를 지금까지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국내 태양광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신재생사업, 특히 태양광사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태양광사업단 단장을 맡았을 때에는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이 불모지나 다름없어서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시작 단계여서 기술적·산업적으로 태양광 분야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는 것이 쉬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분야별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전문가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다만 태양광산업에 한정해서 한 말씀 드린
다면, 이제는 기술개발 방향이 하나의 제품에서 시스템 기반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전환을 가장 빨리 이룩해 낸 국가를 꼽는다면 역시 미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은 단일제품으로서의 태양 전지 분야보다 시스템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제품기술을 연구했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제품으로 접근하여 태양전지를 값싸면서 성능이 좋게 만든 뒤 이를 수출하는 전략에 관심이 많았던 반면, 미국은 풍부한 산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소와 같은 시스템 차원으로 접근을 해서 시스템 설계·운영·진단기술 분야에 집중했습니다. 현재 미국은 태양광 산업을 일종의 플랫폼사업으로 인식하고 플랫폼을 전 세계에 파는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변모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내 여러 기업들은 세계의 핵심적 기술과 트렌드를 잘 파악하여 따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태양광산업의 변화에도 잘 대응해 나아가리라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태양광기술은 장점이 워낙 많고 한편으로는 보완해야 할 단점도 많은 분야입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좋은 제품을 값싸게 만들어서 전 세계에 수출할 때 하나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제품 경쟁력을 내수 기반에서 직접 운영해보고 거기서부터 얻은 피드백을 반영하여 품질이 좋고 신뢰성이 높은 제품을 만드는 내수 기반의 국내 태양광 산업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믹스의 전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가운데 일반인들이 받아들이는 수용성의 문제, 즉 에너지 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국민 차원에서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을 예로 들면, 전기요금제도 자체가 매우 다양합니다. 물론 독일과 한국의 시스템이 온전히 같다고 할 수 없지만, 독일이라고 가능하고 한국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독일의 경우, 전력공급회사가 다양해서 국민들 각자가 회사를 선택한 뒤 그에 맞는 전기 요금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더 비싼 금액이더라도 본인의 선호에 따라 다른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인식의 차이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태양광이 꾸준히 국내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전기에너지기술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반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앞으로 그린스쿨과 KIST 간의 협력할 수 있는 분야, 혹은 원장님께서 계획하고 계신 바가 있으시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그린스쿨이 내년 10주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린스쿨이 원래 출범할 때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지금까지 잘 해왔느냐’라고 냉철하게 돌아본다면 부족한 점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린스쿨이 추구하는 두 기관의 협력이 조금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그린스쿨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는 연구/교육의 융합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시도해보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계신 장•단기적 목표나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지난 겨울에 독일 라이프치히에 회의 차 방문했다가 우연히 한 박물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막스 베크만이라는 화가의 그림과 함께 벽에 적힌 그의 소회를 접했는데 매우 감명 깊었습니다. 화가로서 막스 베크만의 삶은 안으로는 전체주의 사상과 밖으로는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맞물렸습니다.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는 막스 베크만의 작품은 급진적이고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히틀러 정권에 의해 수많은 작품이 불태워지는 등 많은 억압을 받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그 우수성을 화단에서 인정받아 미국 뉴욕대 교수로 초빙되었을 때에는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미 영사관으로부터 비자도 쉽게 발급받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막스 베크만은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겼습니다.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그림 그리는 것 밖에 없어서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린다. 미국에서 오라고 하는데 영사관에서는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특별히 할 것도 없고 그저 그림만 그린다. 내 인생을 돌아보니 이만하면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저는 그런 그의 삶을 보며 저 역시 막스 베크만이 도달했던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꾸준히 하며 스스로 만족하고 자부심도 느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어진 일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그런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돌이켜보면 우연히 접한 미술작품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마주하게 된 매우 감명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나 인생 좌우명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잘 알려진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가 언젠가부터 저에게 굉장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인생의 어느 한 단계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제 자신을 미운 오리 새끼로 생각하며 큰 위안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면 언젠가 오리가 백조가 되어 날아오른 것처럼 분명 나 자신 또한 날아오르는 순간이 올 것이라 여기며 그때그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저 자신도 어느 부분에서는 백조처럼 보이겠지만 그 외에는 미운 오리 새끼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 자신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 분야에서는 조금 참고 나 자신을 용서해주고 조금 더 노력해보자, 정진해보자라는 것입니다. 나의 연구 분야에서는 인정받았을지 모르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스스로 생각했을 때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 조금 더 노력한다면 백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미래를 살아갈 젊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전해주고 싶습니다.




*막스 베크만 [Max Beckmann] : 20세기 독일의 화가. 1, 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 독일 미술계를 이끌었던 화가 중 한 사람으로 표현주의, 입체주의, 신즉물주의 등 다양한 양식을 넘나들었다. 1933년 히틀러의 집권과 함께 ‘퇴폐미술가’로 낙인 찍혀 작품을 몰수당하고 독일을 떠나야 했고 1937년 독일을 떠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생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1947년 미국으로 망명해 그곳에서 남은 생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