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기술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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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전망대

3高 시대의
과학기술ㆍ산업정책

곽 재 원

가천대 교수

고실업, 고유가, 고금리가 현실로 다가왔다. 높은 실업률은 이미 겪고 있다. 마냥 쌀 것처럼 보였던 국제유가도 배럴당 80달러선을 넘보고 있고, 낮은 금리도 미국 금리인상과 연동해 올려야 할 태세다. 이른바 3고(高) 시대의 도래다. 한국경제에 달갑지 않은 환경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은 심해지고 있으며, 중동의 정정불안은 짙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은 독보적인 경제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아주 난해한 상황 속에서의 3고 현상이어서 뚜렷한 처방전을 찾기가 어렵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에서 내년도 예산을 보면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예산은 정책의 방향을 화폐량이라는 냉철한 기호로 표시한 것이며, 정치권력이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해 정부 활동을 이끄는 바로미터다. 내년도 예산(안)을 ‘분배ㆍ균형ㆍ미래’의 세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면 의미 있는 특징이 잡힌다. 먼저 분배측면이다. 대표적인 보건ㆍ복지ㆍ고용분야의 예산을 꼽아보자. 매년 꾸준히 늘어온 이 예산은 지난 2015년 정부 전체예산의 30%를 넘더니 내년에는 35% 선으로 높아진다. 국민들은 30%를 넘으면 여기에 익숙해져 이 예산을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 예산을 매년 매년의 소모적 예산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생산적 복지나 창조적 복지사회의 비전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물줄기를 틀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우리 사회에 천착돼온 ‘확대와 성장’의 벡터를 ‘평등, 지속가능성 그리고 효율성’의 관계로 재정리하는 일이 급선무다.

두번째로 균형 측면에서 지방행정 예산을 꼽아볼 수 있다. 빠른 속도로 꾸준히 늘어온 이 예산은 내년에 정부예산의 17% 선에 다가선다. 저출산ㆍ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포퓰리즘적 사업이 급증했다. 이는 지방 자립도의 악화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 해소책은 세원의 대폭적인 이양과 동시에 교부금과 보조금을 대폭 줄이는 것이다. 그래야 지자체의 능력을 키우고, 참신하고 능력있는 지방 행정가를 발탁할 수 있다. 남보다 조금 나은 지역이 아니라 아주 다른 지역을 만들 수 있다. 지역이 국가경쟁력을 선도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세번째로 미래측면에서 연구개발 예산을 짚어볼 수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1993년 1조원 벽을 깬 이래 거의 두자리수 성장을 지속해 2001년 5조원, 2008년 10조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내년에 20조원을 돌파한다. 지난 2011년 부터 연구개발 예산증가율이 한자리로 떨어지다가 2016년부터는 1%대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20조원 돌파는 현상유지다.

이 액수는 실제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돈을 따져보면 삼성전자나 LG그룹의 연구개발비와 비슷하거나 적을 수 있다. 정부 예산의 전략적 투입이 절실해 졌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최근의 두가지 사례를 보자. 우선 지난달 말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다. 이 기간동안 연결기준 매출액은 67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7조1000억원으로 영업이익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향후 여건변화로 실적 모멘텀이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지금은 강력한 호조다. 다음은 공사와 입주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마곡산단이다. 서울시가 실리콘밸리를 본떠 조성한 융복합 산업단지다. IT뿐 아니라 BTㆍNT(나노기술)ㆍET(에너지기술) 등 다양한 첨단 분야의 기업들이 들어선다. 전체 부지는 약 24만 5790평으로 20만평의 판교테크노밸리 보다 약간 큰 규모다. 연말까지 중소ㆍ중견기업 19개사의 R&D센터가 문을 열고, 내년에도 29개 기업이 입주한다. 149개사가 모두 입주하면 신규 일자리 5만~6만개를 포함해 마곡산단 고용 규모가 10만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내년도 예산과 기업 활동이 시사하는 점은 한국경제의 현재를 강화하고, 미래를 담보하는 과학기술ㆍ산업정책이 전례없이 중요해졌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정부가 꼭 해야 할 것과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기업과 함께 매력적인 사업을 발굴해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혁신성장과 일자리는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 정부는 그 디딤돌만 놓아 주면 된다. 그 다리를 놔주는 정부 출연기관의 역할도 훨씬 커져야 한다. 앞으로 엄혹해질 재정형편을 봤을 때 ‘분야를 좁혀 집중 투자해 임팩트를 크게 한다’는 영국정부의 산업전략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3고 시대를 맞아 정부는 올바른 방향의 전략적인 과학기술ㆍ산업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책은 본디 근본적이고 시간이 걸리는 한방 처방 같은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체력을 기르는 것이 그 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