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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4기 산업통산자원 R&D 전략기획 단장으로 선임되신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1월 4기 단장으로 취임하면서 전략기획단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10년 전 전략기획단이 설립될 당시와는 R&D 환경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전략기획단이 산업기술 R&D의 성과 제고를 위해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 깊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추진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기존 3명으로 구성되어있던 MD(Managing Director) 체제를 확대했습니다. 최근 들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소재부품 분야와 기술정책 분야의 MD를 새로 모셔서 총 5명의 MD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또 전략기획단의 정책 발굴과 소통을 위한 새로운 저널을 다음 달부터 출간하기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기술정책이나 R&D와 관련된 심의와 의결을 진행하는 기구인 전략기획 투자협의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MD 실별로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산업기술관련 현장과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미래산업정책포럼을 준비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추후에도 산업 기술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과학기술혁신 체제 하에서 최적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역할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또 산업부 차원을 넘어 정부 차원의 성과 제고를 위해 부처 간의 연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소부장 관련 대책이 나온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간의 대응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지난해 7월 촉발된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나라 핵심 역량 결집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산학연 간의 협력 강화를 통해 정확하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대응 덕분에 다행히 규제대상 품목에 대한 수급 부족이나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규제 품목들은 국내 생산 확대, 해외 기업 유치, 수입국 다변화를 통한 공급 안정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공급망 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효율성만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글로벌 밸류체인 체제가 대대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국내 대기업들은 국내 공급망과 국내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대·중·소 기업 간 상생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적으로도 단기 20개 품목(1년 내 공급 안정화 품목) 및 장기 80개 품목(5년 내 공급 안정화 품목)에 대해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수요-공급 기업 간 상생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협력 모델을 구축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소재부품특별법을 장비까지 확대하여 상시법으로 개편했고,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소부장 경쟁력 위원회를 신설하여 지속적이고안정적인 지원 체계를 확보함으로써 대응책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정부는 기존의 소부장 대응책을 확장한 소부장2.0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소부장 대책에서 어떤 점이 더 보완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소부장 1.0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일본에 의존하고 있던 공급망 붕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면, 소부장2.0은 총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전략은 일본 의존 공급망에 대한 대응책을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해 우리나라를 글로벌 소부장 강국으로 도약 시키기 위한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소부장 대응책 관련 품목에 대일 100대 품목은 물론 글로벌 차원의 238개 품목과 신산업 분야 관련 품목까지 총 338개 이상의 품목을 포함 시켰습니다. 또 2022년까지 차세대 전략 기술 확보에 5조 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소부장 으뜸 기업 100개를 육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두 번째는 미래의 신산업 수요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투자 전략을 명확하게 수립하고 우리나라 강점 산업이나 차세대 유망산업을중심으로 100여 개의 핵심 기업을 국내로 유치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들의 수요에 맞는 첨단투자 지구를 신설하고, 현금과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지원이 있을 예정입니다. 이렇게 소부장 2.0을 실시하는 근본적 이유는 일본 수출규제가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 심화와 코로나 19와 같은 요인들이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에 지속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제조업과 수출입 비중이 큰 국내 산업 구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산업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부품 장비들의 공급 안정성 확보와 기술력 강화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출연(연)을 비롯한 연구 현장을 자주 방문하고 계십니다. 소부장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기업과 차별화 된 출연(연)의 역할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70년대의 출연(연)은 과학기술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한 주체였습니다. 이후 90년대까지도 출연(연)은 산업 전반의 기술 역량을 선도함과 동시에 국가적 R&D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민간 기업들의 역량이 강화됨에 따라 정부 주도R&D 예산 투입 규모는 민간 R&D의 1/3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고, 따라서 그 역할에도 많은 변화가 있게 되었습니다. 소부장의 경우, 특히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해 필연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 지원을 통해 안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출연(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연(연)은 소부장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이를 산업계로 확산 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야만 대학과 차별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중견·중소기업의 자체 연구 역량은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출연(연)은 그간 확보한 소부장 관련 원천기술과 혁신역량을 어떻게 기업의 상용화 수요와 생산성 향상에 활용할 것인지 기업 관점에서 고민하고 생산 현장에 먼저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출연(연)에 몸담고 계셨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셨을 때,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KIST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최근 우리나라의 산업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소부장 문제, 미·중 무역전쟁의 심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밸류체인의 붕괴 등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초변동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뉴노멀 시대를 거쳐, 넥스트 노멀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예측 자체가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경제, 사회 해법을 만들어 가야 하며, 지금까지의 기술 개발 전략 또한 수정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기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던 글로벌 밸류체인은 북미, 중국, 아세안, 유럽 4개 권역의 가치 사슬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또한, 비대면 경제,데이터 경제가 점차 확산되는 등 이미 우리 주변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존의 우리나라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기에 선제적 대응을 통해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와 비슷하게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염병 대응력과 진단 기술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기술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KIST는 우리나라가 새로운 경제 체제로의 성공적인 대전환을 이루는데 필요한 핵심기술을 공급해주는 것에 집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생기원 원장으로 재임하시던 시절 기술사업화를 매우 강조하셨고, 많은 성과를 내셨습니다. 이에 대한 특별한 철학과 경험 혹은 노하우를 가지고 계신지요?



기본적으로 출연(연)의 연구원들은 연구가 좋아 연구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입니다. 생기원의 연구자들도 여타 다른 출연(연)의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연구 환경과 연구비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기원은 산업계 그중에서도 중소, 중견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는 기관입니다. 따라서 연구원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연구와 기업지원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원장이 되었던 시기만 해도 연구원들은 기술사업화보다는 개인적인 연구 성취도 향상에 훨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연구원들과 많은 토론을 거쳐 생기원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자 했습니다. 때마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의 중소·중견 기업들이 큰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저는 연구원들을 설득해 연구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중 제가 대표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 슈퍼IP 사업이며 이는 생기원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특허의 가치를 분석해 우수 특허를 선정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이전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단순 기술이전에서 그치지 않고 보유 특허의 보완점을 파악하고 후속 기술개발 사업까지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중소·중견 기업에 맞춤형 기술이전이 가능해졌고 생기원 전체에서도 기술이전을 통한 기술료를 받는 연구원 비율이 대폭 향상되는 등 생기원과 중소·중견기업이 모두 혜택을 보는 윈윈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후 생기원에는 자연스럽게 기술이전 사업화 문화가 정착되어 생기원 설립 목적에 맞는 역할을 조금 더 잘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KIST가 기초·원천기술 연구기관으로서 국가·국민에 경제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요즘은 단계별 기술개발 즉 기초, 원천, 실용, 사업화 등 순차적 기술개발의 개념이 퇴색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기초연구결과가 바로 사업화·기업화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따라서 기초, 원천기술 개발 분야에서의 좋은 성과 창출 또한 경제적·사회적기여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각 산업 분야별로 기존 기술이 이미 한계점에 도달한 분야가 다수 있습니다. KIST는 이러한 한계를 돌파해 줄 수 있는 기술개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경제 혁신을 이끌 수 있는 게임체인저형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KIST의 역할입니다.


다시 말해 작은 성과보다는 미래를 위한 R&D, 세상을 바꾸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출연(연)의 맏형인 만큼 선진 연구를 선도하는 역할을 KIST에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궁극적으로는 KIST가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기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사무관 생활 1년 3개월 만에 공직을 떠나 KIST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당시 있었던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공무원 교육을 마치고 갓 부임한 과기처 담당과의 과장님께서 항상 하셨던 말씀이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과장님께서는 제가 부임한 직후부터 앞으로 20여 년 후는 전문가 시대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KAIST 석사과정을 마친 상태였는데,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대신 공무원이 된 저를 안타깝게 여기시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당시 KIST에 계시던 선배 연구원이 자신의 연구팀에 합류해주기를 요청하셨고 이를 계기로 저는 사무관 생활을 마치고 연구원이 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약 20년 후인 2004년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에 개방직국장으로 다시 공직에 들어가 2년을 근무하게 되었는데, 이때 제가 부임했던 당시 담당 과장님의 연락을 다시 받게 되었습니다. 과장님께서는자신의 조언으로 인해 제가 정말로 공무원 생활을 마치게 되니 마음 한편에 걱정을 품고 계셨다고 합니다(웃음). 그러다가 제가 다시 짧게나마 공직으로 돌아오게 되니 그 걱정이 해소되는 것 같다고 매우 기뻐하셨던 것이 인상 깊게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장님께서 거쳐 오신 공직, 출연(연), 학계, 산업계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KIST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나 당부의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요즘 출연(연)의 근무여건은 대학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생각합니다. 대학의 근무 환경이 예전과는 달라진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초창기 출연(연)의 열악했던 연구 환경이 그동안 거쳐 온 많은 개선 노력을 통해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연구가 좋아 연구소를 직장으로 잡은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최근의 연구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불확실한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좋은 연구 환경을 활용해 자신의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출연(연) 연구자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KIST는 우리나라 출연(연)을 대표하는 기관이자 출연(연)의 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한때 KIST에 몸담았던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후배 연구원님들께서도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최첨단 첨병 역학을 한다는 긍지와 사명감, 그리고 책임감을 갖고 연구에 매진해 주셔서 KIST가 출연(연)의 롤모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