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기술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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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전망대


혁신성장을 위한
국가기술혁신
체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 장 재

혁신전략연구소장

jjlee@kistep.re.kr




대한민국이 세계 일곱 번째로 3050 클럽에 가입했다는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올해 들어 미래에 대한 어두운 예측들이 자주 등장
하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를 감안했을 때, 미중 무역
갈등으로 야기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주된 원인임은 분명하다. OECD나
IMF 등 국제기구 또는 국내 경제연구기관에 따르면, 2019년 우리의 경제
성장률 예측치는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었다가 최근 2% 혹은 2% 초반
으로 확정되고 있다. 혹자에 따라서는 어려운 세계경제 상황에서 선방
하고 있다거나 혹은 그 반대의 입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후반부터 1% 대로 하락할 것이
라는 전망이다. 현재 상황이 불변이라는 전제 하에 우리 경제가 지속
적인 하방성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이다. 혁신성장을 위한
노력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다. 기술 흡수 및 개량을 통한 성과가
최근까지의 주된 성장요인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자체 기술혁신 노력에
따른 성과가 주된 성장요인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술혁신 연구자
들이 강조하고 있는 선도형 혹은 탈추격형 기술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
혁신의 시기에 접어들면서 과학과 기술의 공진화, 즉 연계진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등 기술혁신의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경우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조선 등 일부 제조업에 특화
된 구조로 인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원천특허 혹은 제품
이나 기업 및 산업의 씨앗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30
년간 유사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대기업의 침체 현상보다 이들 기업들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기업이 나타
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우려된다. 그만큼 새로운 혁신성장을
위한 경로탈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과학부문의 경우 SCI
등재 논문 순위는 세계 11위권(2018년 기준)이나 5년간 피인용 회수는
30위권에 속해 있어 아직 질적 수준이 낮은 편이다. 이는 국내 자체적
으로는 과학과 첨단기술의 연계진화가 쉽지 않음을 나타내며, 또한 국내
에서의 자체적 기술혁신이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석을 인적
자원에까지 확대해 보면 자체 기술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연구인력의
부족현상으로 연결된다. 기술의 흡수와 개량을 위한 인력 규모는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있으나, 기술혁신을 주도
할 연구인력의 수준은 아직 질과 양에서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혁신성장이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특히 암묵적 지식이 더욱 가치를 발하는 현재 기술혁신
패러다임 하에서 단기간에 승부를 내겠다는 목표는 연목구어(緣木求魚)를 추구하는 것과 같다.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단기간의 성과는 과거의 축적된 지식과 이를 통한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할 때 가능하다. 그런데 기술혁신을
둘러싼 최근 현상은 경로탈피적인 접근일 때 비로소 진정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승자 독식이 가능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추격형 국가의 경우는 첨단, 중급, 하급 기술혁신 생태계가 공존하여 자체적으로 전후방 효과를 기대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추격형 국가가 선도형 국가로 경로탈피를 시도하는 순간 흡수역량, 즉, ‘이미 선진
국에서 기술 및 이와 결합되어 실행된 것을 획득, 학습 및 실행할 수 있는 능력’과 같은 프리미엄을 상실하게 된다.
이와 같이 새로운 혁신성장의 추구와 성과 구현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국가는 이를 추구하기 위한
틀과 전략을 짜고 중장기적으로 이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도 경로탈피적 접근이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암묵적 지식 습득을 위해 전문인력의 국내외 이동과 협력은 물론 산·학·연·관 간
이동과 혁신주체 간, 혁신조직 간, 지역 간의 지식 흐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규제의 틀을
이해관계와는 별개의 맥락에서 마련하고 운영토록 하여야 한다. 아울러 국내 과학 수준이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마련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필요한 핵심전략으로 연구자, 연구조직의 글로벌화와 개방형 접근방식을
지적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산·학·연·관 협력을 통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혁신역량 제고 노력도 필요하다.
첨단 과학 및 기술 인재의 유입과 이들과의 공동연구를 위한 새로운 틀을 마련하고 연구비 비중을 확대하여야 한다.
그리고 현재 글로벌 가치 사슬(GVC)에 연결되어 운영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경우, 이들의 기술 등 가치 사슬에
국내 연구조직을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글로벌 IT 기업 구글이 서울대 및 한국과
학기술원과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 운영과 공동연구를 시작한 것과 유사하게 국내 대기업이 국내 대학 혹은 출연(연)
등과 첨단 분야에서 공동연구 혹은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또한 혁신적 연구프로그램의 비중을
높여 다양한 기술혁신적 시도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국방 R&D부문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이상을
종합하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국가기술혁신체계의 구축이 요구된다는 결론에 도달
한다. 아울러 우리의 혁신성장은 지난 30여년의 경로의존성을 극복하는데 우선순위가 두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관련 법 제정과 개정 그리고 제도 등 기반을 구축하고 산·학·연 주체는 합리
성과 전문성, 그리고 효율성을 발휘하여 성과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물론 이와 같은 경로탈피적 노력은 경로의존적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정부의 전략과 접근방식, 그리고 민간의 사고와 실행방식 등이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
과감한 수평적 거버넌스와 신속한 의사결정과 집행 제도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개인과 조직의 행태 변화도 필요하다.

혁신성장은 긴 호흡으로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중장기적으로 성과를 구현할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민과 관이 지혜를 모아 상호 보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현재를 기반으로 마련된
우리의 미래가 우울한 것은 사실이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모범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날의 성공 경험과 자부심은 또다른 성공의
기회를 제공하는 우리의 중요한 자산인 것이다.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미래를 밝게 보고자 하는 이유
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는 획득·흡수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의 경로 구축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이 다음 경로로 언급하고 있는 학습성장까지를 추구하는 새로운 국가기술혁신체계를 설계하고 추진해 나갔
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이 2020년 경자년(庚子年)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