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기술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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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이머이를 통한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과 고성장 지속


국내 경제 피폐, 동구권의 붕괴와 구소련의 개혁,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경제성장과 중국의 급부상 등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던 베트남은 1986년 전당대회를 계기로 개혁․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도이머이(Doi Moi,刷新)로 명명된 베트남의 개혁․개방은 시장경제원리 도입과 국가 분권화, 생산 및 투자구조 재조정, 다부분 경제체제 구축, 대외지향적 경제구조로의 전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조는 점차 심화․강화되고 있다. 베트남은 도이머이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0년대 중반 미국과의 무역관계 정상화와 WTO 가입 등을 통해 2차 개혁․개방을 추진하였다.


연이은 개혁․개방으로 베트남은 많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대외수출 역시 급속하게 확대하였다. 특히 베트남은 1990년 이후 30년 동안 연평균 6.8%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2008년에는 중소득국으로 진입하였다.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른 베트남의 최대 성과로는 세계경제로 완전히 편입하였다는 점과 산업화를 통해 산업구조가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19년 현재 베트남은 ASEAN, APEC, WTO 가입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뉴질랜드, 홍콩,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과 양자 및 다자 간 FTA를 체결하였다. 베트남은 또한 유라시아경제현합(EAEU) 및 EU와 FTA 발효를 앞둔 가운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위해 협상중이다. 베트남은 활발한 FDI 유입을 토대로 산업구조 역시 농업 중심에서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국적 전기전자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였던 20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수출산업의 질적인 변화가 두드러졌다(그림 2 참고). 이를 통해 베트남은 동아시아 글로벌 생산네트워크(GPN)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GVC)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베트남은 2017년 이후 ASEAN의 실질적인 최대 수출국 자리를 차지하였다.


심화․확대되고 있는 ASEAN의 경제통합은 베트남의 부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베트남은 자체 보유한 성장잠재력에다가 중국과의 연결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바탕으로 ASEAN경제공동체(AEC)의 최대 수혜국이 되었고 더 나아가 전기전자와 섬유․의류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포스트 차이나의 선두주자로 부상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 경제 특징과 주요 현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베트남 경제의 특징으로는 먼저 풍부한 성장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베트남은 인구 9,800만 명으로 큰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노동력 풍부, 정치․사회적 안정, 정부의 적극적인 FDI 유치 및 경제개발 의지, 풍부한 농림수산과 자연자원, ASEAN 회원국으로서 누리는 규모의 경제 효과 향유 등의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는 서비스시장 개방 수준이 높다는 점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가장 최근인 2007년에 WTO에 가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근 다자 및 양자 간 FTA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가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개방한 것도 하나의 배경이 되고 있다. 셋째로는 인구보너스(Demographic Bonus) 효과를 장기간 향유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인구보너스 효과는 생산가능인구 또는 경제활동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생산 증가, 소비 증가, 투자 확대 등으로 경제가 선순환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베트남은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0년에는 70.5%로 아시아 최고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경제의 넷째 특징은 약 450만 명으로 추산되는 해외교포(Viet-Kieu)의 본국 송금이 경제개발이나 자산시장의 중요한 자금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금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2017년 현재 약 138억 달러로 총 GDP의 6.25%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활발한 외국인투자나 공적개발원조(ODA)보다 많은 규모이다. 다섯째, 대외개방도(총교역/GDP)가 현재 높은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도 베트남 경제의 특징이다. 2010년 1.52였던 대외개방도는 2017년 현재 1.90으로 높아졌는데, 이는 역으로 대외무역의존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에 민감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베트남 경제는 동아시아라는 전략적 위치에 속해 있고, 특히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지경학적인 특징도 보유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은 베트남의 최대 교역 대상국들이고 투자국이며 개발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은 베트남에게 GPN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반면 베트남 경제는 다음과 같은 현안과제도 보유하고 있다. 먼저 베트남은 소재․부품산업이 경제성장 속도만큼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이 남동부와 홍강 델타를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부상하고 있고 아세안 최대의 수출국으로 부상하였지만,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제와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소재․부품산업의 적극적인 육성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경제의 많은 부분에서 독점적 이익을 누리는 국유기업(SOEs)에 대한 개혁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거대한 규모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막대한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빠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베트남이 2035년까지 중상위 소득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지름길은 국유기업을 개혁하는 것이라고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넷째,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자기업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 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현재 베트남 GDP의 19.6%, 총수출의 72.5%, 총수입의 59.9%를 외자기업이 담당하는 가운데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베트남 국내기업, 특히 민간기업의 성장이 더디다는 것을 뜻한다. 다섯째,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베트남의 제2위 수출대상국이자 제1위 수입대상국인데다가 그 비중이 2018년 현재 각각 17.3%와 28.3%로 높아졌다. 중국의 투자 역시 최근 급증해 2019년 상반기의 경우 전통적인 투자국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1위국으로 부상하였다. 여섯째, 최근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통상마찰, 특히 미중의 통상마찰과 보호무역주의 대두는 베트남에게 포스트 차이나로서의 기회를 부여함과 동시에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야기할 수도 있는 우려 또한 유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은 전체적으로 노동력이 풍부하지만 인재 및 기술자 부족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좌우할 인재 양성이 더욱 필요하다.

3. 주요 사회 이슈


오토바이가 핵심 교통수단인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둘러싼 이슈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베트남 내 오토바이는 2018년 현재 약 5,500만 대에서 6,000만 대로 추정되는 가운데 해마다 310만 대가 새로 팔리고 있다. 오토바이가 갖는 경제성과 편리성에다가 대중교통망의 부재가 합해졌기에 베트남 사람들의 오토바이 사랑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서비스, 오토바이 택시 등 비즈니스로 활용되는 사례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반면 오토바이가 심각한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중교통이 급격하게 개선되는 2020년 이후부터 하노이와 호치민을 중심으로 오토바이에 대한 운행제한이 논의되고 있어 주목된다.


베트남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저임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2012년 53.2% 상승한 이후 2016년까지 해마다 10% 중반대의 가파른 상승률을 보였다. 2017년 이후 한자리 수로 상승률이 둔화되었지만 여전히 매년 6% 정도씩 상승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의 증가가 수반되지 않는 최저임금 상승은 베트남의 최대 메리트를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다.


베트남은 최근 수도 하노이와 최대 경제도시 호치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교통 및 물류 인프라를 급속도로 정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도시철도와 모노레일이 있다. 이와 함께 베트남은 메콩강 유역개발(GMS 프로그램)을 통해 주변국과의 물류망도 활발히 정비하고 있다.


베트남이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풍부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음에 따라 최근 외국인관광객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 2010년 500만 명 수준에 불과하던 외국인관광객이 2018년에는 1,550만 명(추정)으로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이 497만 명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인이 349만 명으로 2위, 일본인이 83만 명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과 동아시아 주요국 간 항공물류망이 개선되고 관광․숙박시설도 정비됨에 따라 베트남을 찾는 외국관광객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에서는 경제가 고성장을 지속하고 생활습관의 서구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비만, 당뇨, 저출산 고령화 등의 속도가 빨라지는 특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중 비만은 동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여성들에게서 더욱 빨라지며 저출산 고령화도 동북아 국가, 특히 한국과 일본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급속도로 확대되는 가운데 베트남과 중국 간의 남중국해(South China Sea, 베트남은 동해로 지칭) 영유권 분쟁도 지속되고 있다. 영유권 분쟁은 중국이 1974년 서사군도(Paracel Islands)를 차지한 가운데 남사군도(Spratly Islands)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두 국가외에도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등도 참여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특히 베트남 내에서 반중 정서로 연결되고 있다.


4. VKIST 조기 정착을 위한 시사점


VKIST가 베트남에서 조기에 그리고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베트남의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산업구조 고도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아야 한다. 이는 베트남 경제의 특징을 활용하는 측면과 현안과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소재 및 부품산업 발전, 풍부한 농림수산자원 활용, 서비스산업의 발전은 물론이고 최근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기후변화체제와 제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고 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재 및 전문기술자의 양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VKIST가 베트남의 혁신역량을 강화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는 베트남이 산업경쟁력 강화와 산업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VKIST는 베트남의 기술표준을 주도함은 물론 글로벌 스탠다드와 조화시키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VKIST는 기업의 기술개발과 혁신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되 베트남 정부의 중장기 전략이나 계획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로는 VKIST가 베트남의 연구역량 강화 및 연구 환경 조성에 이바지하길 바란다. 도이머이를 통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을 추구하고 있고 기간이 30년 넘게 흘렀지만 베트남은 아직 사회주의체제이고 초기 개발도상국이며 공산당이 주도하는 사회이다. 이에 따라 극복해야 할 한계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VKIST는 기존 베트남 내 연구체계 및 연구기관과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개도국에서 일반적인 두뇌유출(brain-drain)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전 세계 450만 명으로 추산되는 해외베트남교포(Viet-Kieu)를 비롯한 해외인재를 유치하는 것도 VKIST의 초기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통해 VKIST가 베트남 내 연구 환경 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VKIST가 신남방정책 성공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VKIST가 베트남과의 상생번영 공동체(Prosperity) 구현에 크게 일조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베트남에서의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VKIST 모델이 주변 신남방국가로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