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기술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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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


최근 일본 오사카 G-20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지난 2018년 3월 이후 진행해 온 관세전쟁의 일시 휴전을 선언한 후 또 다시 새로운 무역협상을 재개하고 있으나, 미․중간 무역전쟁의 본질은 양국간의 미래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점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 미․중간의 무역 전쟁과 기술패권 경쟁은 이제 더 이상 양국간 문제가 아닌 세계 모든 국가의 대외여건 변화 중 가장 불확실성 요소가 되고 있으며, 향후 각국의 미래 과학기술발전 전략과 신기술 확보 및 신산업 발전전략
수립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되고 있다.


이러한 미․중 무역전쟁과 기술패권 경쟁에 관한 논의는 국제정치학 관점의 미․중간 패권 전쟁에 관한 논의에서부터 미․중 관세전쟁이 세계경제와 각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과 미․중간 무역협상의 장기화 또는 타결 시 예상되는 반사적 이익과 경제적 손해에 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담론적 논의보다는 결과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그 결과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향후 선택 가능한 전략과 정책 방향에 대해 사전 심층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에 본 자료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 전개과정과 향후 전망을 간략히 살펴 본 다음,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주요 첨단기술분야의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그간 무역협상 과정의 주요 현안이 되고 있는 중국의 제조 2025와 화웨이로 대표되는 차세대 정보통신과 반도체분야의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의 실태와 그 정책적 의미를 살펴 보겠다. 그리고 미․중 무역전쟁의 결과로 예상되는 새로운 여건하에서 향후 국내 과학기술발전 전략과 정책, 특히 신기술 확보 및 신산업 창출을 위한
전략수립에 있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과정과 전망


2018년 하반기 세계 경제를 흔들어 놓은 미․중 무역전쟁이 양국 정상들의 두차례에 걸친 일시 휴전 합의로 일단 봉합되면서 미․중 관세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전되어 세계 경제가 침체의 길로 접어드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당분간 피할 수 있게 되었다.2) 그러나 여전히 양국 간 무역갈등의 원인과 무역역조 해소 방식에 대한 인식 차가 크고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산업 고도화 전략을 중국이 쉽사리 포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미․중 무역전쟁은 휴전과 전쟁 재개를 반복하며 장기전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두 정상이 무역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도 두치례에 걸쳐 ‘조건부’ 휴전을 택한 것은 무역전쟁 확전이 자국 경제와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전쟁의 여파로 2018년 3․4분기 경제성장률이 9년 반 만에 최저치인 6.5%로 떨어졌고 생산과 소비․투자 등 실물경기도 둔화세가 역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제조업 성장세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편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비록 2019년 상반기 경제성과가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고는 있지만 내년 이후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미국내 영향과 그로 인한 지지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향후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은 오는 7월 29-30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양국간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그간 여러 차례 미․중 간 무역협상을 서로 신경전만 벌여온 양측은 상하이 협상에서 최대한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이러한 무역협상이 미․중 무역전쟁의 종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미․중 무역전쟁을 초래한 본질적 문제가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점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을 일으키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고 알려진 ‘중국제조2025’의 수정 보완 정도,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탈취 등 구조적 문제가 무역협상을 통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이다. 실제로 향후 미중간 무역협상은 장기간에 걸쳐 난항을 거듭하면서 무역전쟁이 장기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중 무역협상 과정의 주요 현안


왜 이처럼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향후 글로벌 기술 및 산업환경이 이전과는 크게 다를 것으로 전망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의 주요 현안을 살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 중국제조 2025의 수정보완 논의


2018년 12월초 양국 정상간 향후 90일간 휴전 합의 이후 갑자기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전략인 ‘중국제조 2025’가 미․중 무역협상이 주요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여기서 말하는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미래를 위해 제조업 체질 개선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2015년 5월에 마련한 경제발전 전략으로 향후 30년간 10년 단위로 중국 제조업 고도화 전략 목표를 설정하고 특히 10대 핵심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산업구조 개편 계획으로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제고하기 위한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 전략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까지 그간의 제조업 대국에서 실질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5G 통신을 포함한 차세대 정보기술(IT), 로봇 및 디지털기기,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 및 첨단기술 선박, 선진 궤도교통,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 장비, 농기계 장비, 신소재, 바이오․의약 및 고성능 의료 등을 10대 핵심 사업으로 지정하고, 이들 분야의 글로벌 위상을 세계 1~3위로 도약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주요 첨단기술 산업의 주요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를 2020년 40%, 2025년 7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한 첨단기술 발전 계획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첨단기술 의존도에서 벗어나 세계 제일의 첨단기술 자급자족 국가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그림 3> 참조)





그동안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러한 시진핑 주석의 미래 중국발전 비전인 ‘중국제조 2025’ 전략의 과도한 목표로 인해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에 대해 보조금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게는 첨단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한 시장경쟁을 야기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제조 2025’의 폐기를 주장해 왔었다. 이에 대해 그동안 중국은 ‘중국제조 2025’ 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거부해 왔었다.


그러나 2018년 12월 1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일종의 양보안으로 ‘중국제조 2025’의 대체안을 마련,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는 내년 초에 제시할 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제조 2025’ 중 일부 목표의 달성 시한을 2035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한 미국이 올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을 맺으면서 강조한 ‘경쟁 중립성’ 원칙을 바탕으로 중국 국영기업과 민간기업, 외국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이 첨단기술 (발전)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정말 반대하는 것은 기술기밀을 훔치거나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행태”라면서 “시장의 경쟁 조건이 공정하다면 중국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경쟁하는 데 완전히 찬성한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중국제조 2025의 완전한 포기가 아니라 미국 기업들에 피해를 주는 독소조항 제거에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중국제조 2025’의 수정․보완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기본입장은 공정경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미래 첨단기술 산업을 위협할 수 있는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 자체를 억제하는 데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중국이 세계 경제를 제패하는 것을 뜻하고 “우리는 이 계획이 무례하다”고까지 하면서 중국은 이미 중국제조 2025를 포기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로서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라는 표면적 이유 이면에 미․중 간 미래 첨단기술 패권경쟁이 더 중요하고 본질적 이유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비롯한 기술패권 경쟁


미․중 무역협상에 있어 또 하나의 쟁점이 되고 있는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2012년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서인 중국 통신사 화웨이와 ZTE가 제기하는 미국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서 비롯되었다. 동 보고서는 화웨이가 기업구조나 의사결정상 투명성이 미 확보된 상태에서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지배를 받으며 기밀 유출이나 지식재산권 침해는 물론 미국 적성국과의 거래 의심마저 있는 기업으로 평가된다는 것이었다. 2018년 1월 미국은 AT&T가 화웨이 스마트 폰 판매 계획을 취소하는 한편, 2월 FBI, CIA, NSA 등 미 정보기관이 일제히 중국 화웨이, ZTE 제품 금지를 강력하게 경고, 이어서 2018년 8월에는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를 정부조달에서 배제 또는 사용금지 등 구체적인 제재를 담은 ‘2019년 국방수권법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for Fiscal Year 2019: NDAA)’이 미상원을 통과, 12월에는 화웨이 최고 재무책임자 (CFO) 멍완 저우 부회장이 적성국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되기에 이르렀다. 이어서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미국기업의 화웨이에 대한 부품과 소프트웨어의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고 이러한 화웨이에 대한 제재해제와 완화를 대중 무역협상의 무기로 삼고 있다.


미국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웨이 통신장비의 보안 취약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국과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전통적 우방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와 심지어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 금지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일본 등 주요 동맹국은 이에 호응하여 연이어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퇴출 또는 광대역 통신망 설비제공을 금지하거나, 화웨이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고, 독일, 프랑스 등 일부 유럽 동맹국은 미국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과의 재협상과정에서 화웨이에 대한 제재의 완화, 즉 8월13일 까지인 제제유예기간을 연장하거나 특별승인 절차를 마련하는 등의 제제완화조치를 거론하고 있지만, 화웨이 문제는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안보 문제와 연계되어 있다는 인식이 미국 조야의 지배적인 인식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예사롭지 않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밀월시대에는 통신사업의 성패가 기업자율적 기술선택에 맡겨 두어도 되겠지만 미국이 중국의 첨단제조 업체에 대한 기술제공와 핵심부품 제공을 차단하려는 신냉전시대에도 계속해서 기업자율에 맡겨 둘 수있을지 의문이다. 즉 첨단기술분야에서 어는 편에 설 것인지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향후 미․중 무역전쟁의 과학기술정책과 성장동력 발굴에의 시사점


이상에서 살펴 본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 과정과 그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미․중간의 첨단 기술패권 경쟁의 실태, 더 나아가 신냉전체로의 전환까지를 고려한 향후 다양한 미․중 무역전쟁이 전개 방향을 고려할 경우, 기존 다자간 무역체제의 확대와 중국의 글로벌 시장 진입에 따른 새로운 시장 확대의 기회를 전제로 추진해 온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 발전 전략과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전략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상황에 부합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첫째, 미․중 무역전쟁에서 비롯되는 미래 유망기술과 신산업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국내 선도기업들의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가 크게 부진해질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의 미래 성장투자 환경과 대응전략 수립에 있어 기존과 크게 달라진 첨단기술 환경에 대하 보다 면밀한 분석과 무엇보다도 기업의 미래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투자의 강력한 투자 유인체계 마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중 간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양국간 무역협상의 결렬로 신냉전체계로 전환되는 극단적 상황으로 전환되는 경우 기존의 통합된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한 미래성장동력의 발굴과 선정, 육성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필요하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활실성 등으로 인해 미래의 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에 있어 투자가 부진하거나 지연된다는 것은 특히 글로벌 수요와 시장의 빠른 성장을 전제로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한 우리나라로서는 해당 분야 투자와 이를 위한 인재양성과 산업생태계 구축 등의 노력과 투자의 타당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특단의 투자유인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향후 미․중 무역전쟁이 신냉전체계로 전환될 경우 블록별 독자적 경제권과 기술체계 구축이 불가피해지면서 미․중 양진영간 어느 진영의 기술과 시장을 선호하거나 선택할 것인지의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경우를 예상하여 이에 대한 사전 철저한 시물레이션에 기초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선택의 강요는 과거 냉전체제에서의 경험과 각종 제도적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며, 새로운 미․중간의 신냉전 체계의 특성과 관련 제도의 세부내용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와 강요받는 선택별 사전 시물레이션을 통해 장기적 관점의 국익에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 비화되는 가운데 차세대 신산업 선점을 둘러싼 주요국간 첨단 기술 경쟁전쟁에서 중국이 단연 선두에 나설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첨단 기술경쟁 상황을 염두에 두고 향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전략과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전략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존 우리나라 과학기술 전략과 성장동력의 발굴 과정에서 중국의 산업발전 현황과 미래 전략에 대한 고려가 크게, 로봇과 같은 분야의 경우 중국의 진입과 동시에 성장동략 분야의 공급과잉과 그로 인한 제품가격하락 등으로 신성장 동력 분야의 투자조정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