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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정책과 신남방지역


신남방정책(New Southern Policy)은 2017년 하반기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제창한 것으로,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로 주목받는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과 인도와의 협력수준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대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외교구상이자 한반도의 경제영역을 전통적인 특정국을 벗어나 다변화시키기 위한 대외경제협력전략이며, 신남방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구축을 대비하자는 미래구상이기도 하다. 신남방정책은 또한 사람(People) 공동체, 평화(Peace) 공동체,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를 핵심으로 한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속하는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의 3대 실천과제 중 하나로 발전한 신남방정책은 크게 그동안의 특정 국가에 편중되었던 한국의 경제적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대외경제전략, 신남방지역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외교적 확대전략, 격화되는 G2 및 글로벌 경쟁을 신남방지역과의 공조를 통해 극복하려는 지역협력전략, 사람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경제, 사회문화, 외교, 비전통안보 등도 아우르는 다면전략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것이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경제적 실리 위주의 정책들과 차별화되는 점이기도 하다. 특히 과거의 정책을 반성하고 중국 및 일본과는 다른 한국 고유의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자 노력한 점, 일방적인 무역 및 투자 확대라는 단편적인 전략에서 벗어나 파트너와 공동번영이 가능한 협력관계를 목표로 삼은 점, G2에 대한 과도한 경제의존도를 벗어나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자 했다는 점, 구상 발표에 이어 곧이어 비전과 과제를 발표했다는 점 등에서 신남방정책은 과거와 차별화됨과 동시에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주요 무대는 현재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과 남아시아의 인도에 국한하고 있다. 1967년 결성된 아세안은 현재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남방정책 발표 2주년이 다가오는 최근에는 신남방정책의 무대를 아세안과 인도를 넘어 남아시아 국가(방글라데시, 부탄,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과 오세아니아, 더 나아가 남태평양으로 확장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대내외적 필요성


신남방정책은 다양한 대내외적 필요성에서 비롯되었다. 우선 대내적 필요성을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첫째, 2000년대 중반 이후 점증하는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를 극복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세계의 공장이자 외국인직접 투자(FDI)의 블랙홀 기능을 담당하던 중국에서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 및 규제 강화, 인건비 급상승, 경제 경착륙 가능성 상승, 기술이전 압박 증가, 현지 및 다국적 기업의 경쟁 치열, 반한(反韓) 정서 대두 등으로 대변되는 차이나 리스크가 점차 커졌다. 이에 더해 2017년부터 야기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는 특정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의 위험성을 자각하고 경제협력의 다변화를 추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중의 통상마찰과 국제사회의 보호무역주의 대두 역시 경제협력의 다변화를 재촉하였다. 셋째, 잠재성장률이 점차 둔화되고 저출산 고령화가 유래 없는 속도로 진전됨에 따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였다. 넷째, 우리와 중국에서 생산코스트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 혹은 보완시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대외적 요인을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우선, 아세안과 인도가 세계의 새로운 성장센터로 부상하였다는 점이다. 인구 6.4억 명에 GDP 2.6조 달러 규모의 아세안과 인구 13.7억 명에 GDP 2.7조 달러를 보유한 인도는 거대한 성장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성장 지속과 소득증가에 의한 중산층 급증으로 소비시장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아세안과 인도 공히 FDI 유치 및 수출지향적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역내 통합 진전, 아세안+1(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뉴질랜드, 홍콩) FTA 확대, 동아시아 역내 IT와 물류 인프라 개선 등으로 아세안 및 인도와 한국 간의 연계성이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마지막으로 아세안과 인도는 지속된 고성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부상함과 동시에 신흥국으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증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20억 명에 GDP 5.3조 달러 규모의 신남방지역은 2016년 당시 한국 총교역과 해외투자(금액 기준)의 15%에 불과하였다(표 1, 2 참고).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신남방지역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먼저 대내적 요인을 보면 첫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elt and Road Initiative)와 이에 대응하는 성격의 미국제일주의(America First)로 대변되는 미중 간의 갈등이 확대되고 이들의 패권경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한국 역시 그동안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확대해 갈 필요성도 커졌다는 점이다. OECD 회원국의 역할 못지않게 국제사회에서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의 외교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문제 해결 및 항구적 평화정착,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추진을 한반도정책의 3대 목표로 정하고 있다. 이중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추진은 남북이 공존·공영하는 하나의 시장 형성,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더불어 잘사는 남북경제공동체 구현, 남북한과 동북아 평화번영의 새로운 경제질서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인 바, 환경조성이 절실히 필요하였다. 대외적 필요성으로는 아세안과 인도가 G2에 대한 중립지대를 형성하고 있는데다가 동아시아,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이 강하다는 점이다. 특히 아세안은 동아시아의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신남방지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주요 지지세력이기도 하다. 아세안을 예로 들면, 포용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다층적․다기능적 협력체 형성을 주도하고 있고, 또 동남아 비핵지대화 조약(SEANWFZ)을 체결하고 있다. 더욱이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대사관 20개 중 5개가 아세안 국가이고 북한의 해외공관 50개 중 8개가 아세안에 개설되어 있다.
사회문화적 요소 역시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아세안 출신의 다문화가정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고 아세안과의 인적교류가 관광객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신남방지역 입장에서도 베트남과 태국 등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지속되고 한국에 대한 유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신남방정책 구현을 위한 비전과 주요 과제


신남방정책은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사람(People) 공동체’, 상호 호혜적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함께 잘 사는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 안보협력을 통해 아시아의 협력에 기여하는 ‘평화(Peace)공동체’ 형성을 비전으로 설정하였다. 즉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구축하고자 한다. 다만 인도와의 관계에서는 3P 공동체를 넘어서 ‘미래(Future) 공동체’구현도 포함하는 ‘3P 플러스’공동체 형성을 비전으로 설정하였다. 신남방정책의 비전을 구현할 3대 목표로는 교류 증대를 통한 상호 이해 증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상생의 협력기반 구축, 평화롭고 안전한 역내 안보환경 구축으로 제시하였다(그림 1 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로 16개 정책과 이를 지원하는 세부정책 50개도 설정하였다(표 3 참고).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18년 8월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신남방정책 특별위원회는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로서 신남방정책의 추진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부처별 추진범위를 조율하며 부처별 협력사업 발굴, 추진실적 및 이행상황 점검, 평가 등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주(駐)아세안 한국대표부를 비롯 신남방지역 내 재외 공관에 담당 인력과 기능을 확대․강화하였다. 신남방지역 전문상담 및 시장진출 애로해소 등을 지원하기 위해 코트라(KOTRA) 본사에 소통전담창구로서 ‘신남방 비즈니스 데스크’도 개설하였다.


베트남은 신남방정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두 차례의 인도차이나 전쟁과 중국과의 전쟁,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의 제재조치로 국토가 파괴되고 경제가 피폐되었던 베트남이 불과 1세대 만에 눈부신 경제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1986년 도입한 도이머이(Doi Moi, 刷新)를 통해 베트남 경제는 최근 30년 동안 연평균 6.6%의 고성장을 통해 중소득국으로 도약하였다. 베트남의 중요성은 신남방정책을 통해서도 더욱 빛을 발한다. 베트남은 1992년 재수교 이후 한국의 괄목할만한 협력파트너로 성장하여 현재 한국의 4대 교역상대국이자 3대 수출시장, 5대 해외투자지, 최대 개발협력 대상국, 350만 명의 한국인 관광객 입국국가 등으로 발전하였다. 즉 베트남은 이미 한국의 최대 경제협력파트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기에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한국의 제2위 교역 및 투자대상지로 떠오른, 신남방정책의 중점 대상지역인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에서도 베트남은 교역, 투자, 개발협력, 인적교류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핵심국가로 성장하였다(표 1, 2 참고).


베트남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측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베트남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공동체의 이슈인 북핵과 북한의 개혁․개방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의에서 베트남 개혁․개방 모델을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고 많은 전문가들도 베트남의 도이머이는 북한 개혁․개방의 좋은 롤모델(role model)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베트남 개혁․개방 모델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체제 유지와 경제 발전 등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는, 북한이 선호하는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