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기술정책연구소

KIST 본원

인터뷰


오우택 소장님은 서울대 약대에서 KIST 뇌과학연구소로 오신지 두 해 째입니다. 류훈 단장님은 보스턴의대에 재직하시다 올해 2월부터 새롭게 신경과학연구단의 단장으로 부임하셨습니다.


  두 분 모두 내노라하는 국내외 대학에서 KIST로 오셨습니다.


(오우택 소장님) KIST행을 선택하셨을 때의 생각과 지난 2년 동안 실제 KIST인으로 뇌과학연구소를 이끄시면서 느낀 차이점이 있으신가요? 또 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KIST의 장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반적으로 대학의 경우, 이렇게 같은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많이 모여 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있다 보니 연구에 대한 조언이나 경험을 서로 쉽게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연구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 KIST가 가진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의견만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실험실에서 가지고 있는 장비의 공유를 통해 연구자들이 원하는 대부분의 실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KIST는 여러 연구 활동의 허브로서, 전문성 있는 연구자들과의 접촉 기회가 많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원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R&D의 흐름에 뒤지지 않을 수 있고, 그 속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매우 큰 강점입니다.


마지막으로 KIST의 구성원 모두가 KIST를 빛내기 위해 힘을 합친다는 점도 중요한 장점입니다. 연구부서뿐만 아니라 행정부서도 함께 KIST를 위한 일인지 아닌지를 고민한다는 것, KIST를 위한 단결력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류훈 단장님) KIST의 어떤 점에 매료되어 KIST행을 선택하셨습니까? KIST에 기대하는 바가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최형섭 박사님께서 한국 최초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IST를 설립하셨을 때의 그 마음, 열심히 연구해서 국가에 이바지하겠다는 그 정신이 저를 KIST로 이끌었습니다. 제가 겸임 연구원으로 있었을 때, L7연구동*에 있던 최형섭기념관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저와 같은 후배 연구자에게 굉장히 귀감이 되는 글귀인 ‘연구자의 덕목’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KIST에는 다른 연구소와는 다른 무언가, 연구하는 사람들의 정신이 깃들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KIST의 뇌과학연구소에는 ‘판타스틱 포(Fantastic Four)’가 존재합니다.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뇌의약연구단, 그리고 신경과학연구단이 바로 그것입니다. 생물학 연구를 하다 보면, 엔지니어링이나 공학 부분에서의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듯 한 연구소, 한 건물 안에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연구팀이 있다는 것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 뇌과학연구소가 위치한 L7연구동은 ‘최형섭연구동’이라고 명명되어 있다.


(류훈 단장님) KIST가 대학과 같은 타 기관보다 융합연구를 하기에 좋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융합연구를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은 바로 물리적인 거리라고 생각합니다. 내노라하는 연구팀과 융합연구를 하기 위해 서는 일단 만나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연구팀이라도 거리가 멀면, 함께 연구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4개의 연구단이 같은 건물에서 함께 연구하고 있고, 몇 걸음만 가면 언제든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입니다. 이것은 선후배 연구자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하고, 공동연구를 활성화시킵니다. KIST를 선택했을 때는 기대만 했던 것이 지금은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앞으로 융합연구를 통해 좋은 성과가 날 것이라 믿습니다.


오우택 소장님은 얼마 전 대한민국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호암상을 수상, 류훈 단장님도 무려 12회나 한국을 빛낸 사람들 명단에 등재되신 바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꾸준히 그리고 활발히 연구하실 수 있었던 소장님과 단장님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그간 연구를 포기하고 싶으셨던 적이나 슬럼프에 빠지셨던 적은 없으신가요? 혹시 있으시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오우택 소장님) 연구를 시작한 처음 3, 4년간, 저는 논문을 한 편도 쓰지 못했습니다. 당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 자체가 저에게는 힘들게 다가왔고, 부족한 연구비 때문에 장비를 직접 만들어서 실험을 해야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연구도 힘들고 연구 외적으로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심지어 연구 결과까지 제 예상과 정반대로 나오는 경우마저 겪고 보니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그렇게 지쳤을 때, 저는 연구를 보는 시각을 바꿨습니다. 동물에 직접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분자 단위의 실험으로 전향하니 힘들게만 느껴졌던 실험이 다시 재미있어졌습니다. 그렇게 연구에 대한 슬럼프를 극복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겪어보았겠지만, 한 번은 제가 하던 연구를 다른 연구팀에서 먼저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눈앞이 캄캄하고, 절망스러웠습니다. 그런 경우가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오기가 생겼습니다. ‘내가 하는 실험이 중요한 실험이구나, 그렇기에 더 빨리 논문이 나온다’라고 마음을 다잡고, 더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해 노력하니, 어느새 저도 그만큼 더 성장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순간에는 당연히 경쟁자가 원망스럽고 많이 힘들 것입니다. 만약에 김연아 선수가 아사다 마오가 없었다면 최초이자 최고가 될 수 있었을까,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좌절하더라도,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류훈 단장님) 어느 분야든 최초 발견은 대형 성과가 되고, 좋은 학술지의 논문 게재로 이어집니다. 세계적인 저널을 목표로 하다가 다른 연구자가 먼저 발표로 하는 경우, 혹은 1~2년에 걸쳐 revision을 진행하여 accept 되었다가 다시 게재 거절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 내가 한 연구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저 역시 조교수가 막 되었을 때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던 중 학회에서 우연히 만난 뇌과학 분야의 권위자가 저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모든 연구자가 좋은 저널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과학에는 여러 저널이 있고, 당신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적절한 곳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실망하지 말고, 계속 연구를 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후 저는 하나의 완벽한 논문으로 준비하던 연구를 나누어 발표하였고, 모두 저명한 학술지를 통해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무조건 좋은 곳만을 바라보다 보면 그에 따른 좌절도 맛보게 되지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 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오우택 소장님) 좋은 학술지에 내려다가 안 되는 경우, 많은 연구자가 실망하고 낙담합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논문이 어느 저널에서 발표되었는지가 아니라, 내 이론이 어디에선가 발표가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게 됩니다. 논문의 고저 보다는 그 논문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논문이라는 것은 연구자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하나의 결과물입니다. 긴 호흡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분명 훌륭한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류훈 단장님) 저는 뇌세포가 스트레스나 외부환경에 의해 어떻게 살고 죽는지 그 매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던 중 언제부턴가 제 연구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활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연구의 의미와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딜레마였습니다. ‘그냥 연구자로 기전연구만을 하며 평생 살 수도 있지만, 실용성 있는 연구를 통해 실제 인간의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부터 동물과 세포를 위주로 하던 연구 대신 뇌 질환이 있는 인간의 세포로부터 얻은 조직을 가지고 실험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조직단위에서 얻은 결과를 다시 동물이나 세포로 재현해서 실험하고, 거기에 필요한 약물을 찾아내고 만드는 역중개연구(Reverse translational research) 방식으로 연구 프로젝트들을 전환한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뇌 질환의 기전을 밝힐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하여 뇌 질환의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더 큰 기쁨을 느끼며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장님과 단장님께서 생각하시는 KIST 뇌과학연구소의 비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오우택 소장님)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고 인지도가 높은 연구소, 그리고 모두가 그곳에서 연구하고 싶어 하는 연구소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KIST의 뇌과학연구소를 찾는 우수한 지원자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외국의 과학자들도 우리 연구소를 알고 많은 질문을 해오기도 합니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직 우리 연구소를 대표할 수 있는 큰 줄기의 연구가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곧 그런 것이 나오게 되면 뇌과학연구소의 위상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뇌과학연구소가 타 연구기관/대학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류훈 단장님) 지난해부터 뇌과학연구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의사와 함께하는 Clinical Seminar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KIST의 기초연구자들의 연구가 실제 질병의 치료나 예방에 적용될 수 있는지, 의학에 접목할 수 있는지를 알려면 의사들의 의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세미나를 통해 뇌과학연구의 세계적인 동향을 파악하고,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여러 대학병원의 의료진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실제로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KIST가 뇌과학연구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이렇게 병원들과의 활발한 교류도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우택 소장님) 알츠하이머를 예로 들자면, 연구자들은 하나의 연구 결과가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알츠하이머는 매우 복잡한 질병으로,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연구와 임상 간의 괴리가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기초과학과 의학 간의 눈높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Clinical Seminar를 시작하게 되었고, 매우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간의 경험 등에 비추어, KIST가 선진 연구소로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오우택 소장님) 무엇보다 연구소의 글로벌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 규모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연구소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외국인과의 연구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그러다 보니 해외 연구소와의 실질적인 연구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좋은 논문을 많이 쓰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R&D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는 낮고, 과학계에서 겉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뇌과학연구소는 전체 연구원의 10%가 외국인입니다. KIST 안에서는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글로벌하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물론 외국인 연구원과 함께 일하려면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KIST가 세계적인 연구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우수한 외국인 연구자들이 KIST로 모여야 합니다. 복도에서 자유롭게 영어로 대화가 오가는 연구소가 되는 것이 KIST의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 좋은 연구를 위해 힘쓰고 있는 후배 연구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우택 소장님) 어려운 말이지만,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연구의 유행이 굉장히 빨리 바뀝니다. 시류를 따라 지원이 집중되는 분야가 계속해서 바뀌고, 연구자들도 연구비 확보를 위해 연구주제를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거기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구, 저 연구 계속해서 바꾸다 보면, 당장의 연구비는 해결될지 몰라도 결국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반드시 최신 연구 트렌드를 좇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곳만 꾸준히 파십시오. 반드시 좋은 연구 결과가 여러분을 기다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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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훈 단장님) 저는 후배 연구자들에게 도전하고 소통하라고, 그것이 분명 열매를 맺게 해준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여기서 도전이라는 것이 더 좋은 논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연구하면서 동료, 선후배 연구자들에게 질문하고, 조언을 듣는 것이 여러분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시간 낭비, 돈 낭비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소통의 부재’로 인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미국 실험실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A dumb question is better than a mistake.” 우스꽝스러운 질문 하나가 실수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입니다. 이상한 질문일지 몰라도 서로 물어보고, 토론하면서 실수를 줄이는 것이 결국 낭비를 줄이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자들은 묻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연구자들이 “不恥下問(불치하문)”이라는 고사성어를 마음속에 새겨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연구의 목표는 모르는 것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소통을 통한 배움으로 더 많은 기쁨을 얻을 줄 아는 연구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소장님, 단장님의 인생 좌우명이 궁금합니다.


(오우택 소장님) “도전하자.” 여기에서의 ‘도전’은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하라는 말이 아닌, 한 가지 일을 하면서 생기는 여러 장애물을 넘기 위한 도전을 끊임없이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도전을 계속하다 보면 반드시 자기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형섭 박사님이 말씀하신 여섯 가지 연구자의 덕목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부귀영화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저 스스로 다짐을 합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연구 외적인 것에 많은 유혹을 받게 됩니다. 물론 그때의 선택이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큰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로 후회하고, 다시 올곧은 연구자로 돌아오지 못하는 연구자들을 볼 때면 씁쓸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연구자가 되기를 꿈꿨을 때의 초심을 잃지 말고, 끝까지 참 연구자로 남고 싶습니다.


(류훈 단장님)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 자신이 맡은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제 좌우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