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기술정책연구소

KIST 본원

논단

전망대


정부R&D 적정규모의
실체와 해법 :
자원배분 관점에서

이 장 재

KISTEP 혁신전략연구소장



2018년 10월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폴 로머(Paul M.Romer) 뉴욕대 교수를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로머 교수는 연구개발(R&D)을 통해 축적된 기술이 경제 성장을좌우한다는 새로운 이론(신성장이론)을 80년대에 주장해 기존 경제성장에 관한 통념을 뒤집은 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이론은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 즉,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적요인을 외생적 변수(외부에서 주어지는 요소)가 아닌 관리가 가능한변수, 즉 내생적 변수로 보는 모형을 최초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의미를 갖는다. 그로 인해 기술혁신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규명이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와 특허제도 등이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되었다.

우리가 새삼 30년 전에 제시된 폴 로머 교수의 새로운 성장이론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지난 해 노벨경제학상의 수상을 통해 지속가능한성장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기술진보가 다시 한번 각광을 받게 되었다는 데 있다. 기술을 기업성장 및 국가 경제성장의 핵심요소로 다루기위한 시도는 과거부터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기술경제학 혹은 진화경제학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경제학에서는 기술을 주된 요소로 인정해 오지 않다가 198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솔로우 교수에 의해 1956년에 외생적 변수로기술진보가 경제성장 모형에 도입되었다. 최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요소로 자주 인용되는 총요소생산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이바로 당시 제시되었던 개념이다. 그리고 전통경제학에서 외생적 변수로다루어져 왔던 기술적 요소가 내생적 변수로 전환하기까지는 약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폴 로머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정부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다양한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최근 우리의 상황에서 많은 함의를 제공한다.연구개발 투자 특히 정부 연구개발 투자성과와 효율성 논란 그리고 국가자원배분 측면에서 연구개발 투자 적정 규모 등에 대한 해법의 실마리를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폴 로머 교수는 내생적 성장이론을 통해 기술진보가 규모에 대한 수익 체증을 가져올 수 있으며, 그러한 상황에서도 경쟁시장이 지탱될 수 있다는 균형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수익체증을 위한 기술진보를 위한 노력은 이미 세계 상위 기술기업에 의해 잘 나타나고 있다. 세계 1000대 상장사의R&D 투자 순위(PwC, 2018)에서 2년 연속 1위에 오른 아마존은 2018년에 226억 달러(24조 4,300억원)를 연구개발에투자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12.7% 수준이다. 반도체 기업 인텔의 경우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무려20.9%였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도 연구개발 투자 158억 달러(17조 700억원),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이 5.7% 수준이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세계 상위 20개 기술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의평균이 11.6%라는 사실이다. 이는 세계가 무한 기술혁신 경쟁에 돌입하였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2017년 국내총생산 대비 총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4.55%로 세계 1위가 되었다는사실은 치열한 세계 기술혁신 경쟁에 우리의 경제도 이미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연구개발을 통한수확 체증과 외부효과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는 생존을 위한 자명한 명제이다. 지식증진과 기술진보를 위해 민과 관이 한 몸이 되어 이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

최근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 다양한 평가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정부 연구개발 투자가 충분한 성과를거두었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도 그중 하나이다. 특히 2019년, 올해 정부 연구개발 예산이 20조원을 넘어서게 됨에따라 이러한 논의는 더욱 열기를 띠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확대추세가 더욱 정체될 것이라는우려스러운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갖고 보아야 할 세 가지 관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연구개발 투자와관련된 세계 동향이다. 두 번째는 민간부문의 연구개발과 기술혁신 노력에 대응하는 정부의 역할에 관한 논의이다.세 번째는 정부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국가적 수요의 다양성에 관한 것이다. 세계 각국의 연구개발 동향과 관련된대표적 특징은 중국의 부상이다. 최근 10년간 중국의 연구개발 투자는 연평균 증가율 21.4%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있다. 그 뒤를 한국이 7.7% 수준으로 따라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세계 상위 1000대 기업의 전년 대비 연구개발 투자증가율에서도 2018년에 전년 대비 34.4%의 증가율은 보여 세계 1위로 부상하였고, 그 뒤를 이어 유럽과 일본 기업의연구개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두 번째는 민간부문의 기술개발 노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향후정부의 역할에 관한 것으로, 이는 또한 국가 총 연구개발에서 정부부문의 적정 비율에 대한 논의를 야기한다. 최근연구에 따르면 기술 후발국일수록 국가기술혁신체계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술선진국으로 갈수록 정부의 역할은 민간이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에 대한 직접적 개입보다는 전문인력양성과 기초 및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연구개발 및기술혁신과 관련하여 정부의 사회설계자(Social Planner)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세 번째는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 정부 연구개발에 대한 수요가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기술개발에 초점을 두었던과거와는 달리 정부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수요는 최근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2019년 정부 연구개발투자 예산 20조 5,328억원의 구성을 살펴보면 주력산업과 신산업 등 혁신성장에 투자되는 규모는 7.6조원이며, 기초연구, 출연(연) 지원, 인재양성 등 기초역량 강화에 투자되는 금액은 6.7조원으로 나타난다. 미세먼지 대응, 재난, 안전등 사회문제 해결에 투자되는 예산규모도 1.2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상의 세 가지 관점을 고려하는 경우 정부 연구개발 투자의 미래는 자명하다. 정부는 국가기술혁신체계의 효율성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미래 가치를 창출하고 지식스톡의 증가를 가능하게 하는 연구개발 투자에 더욱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기술혁신 열풍과 함께 사회문제 해결과 포용적 혁신 등 국민을 위한다양한 연구개발 수요에 적극 대응하여야 한다. 또한 민간 중심의 기술혁신이 적극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생태계를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국가성장을 위한 사회설계자로서의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다양한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수요를 반영하여 현재 총 연구개발 투자에서 22.5% 수준 밖에 되지 않는정부의 비중을 높이고, 정부 예산중에서 연구개발 예산의 비중도 현재 4.4% 수준에서 더욱 증가시켜 나가야 한다.그리고 지금까지 논의한 해법 모색을 위한 정밀한 실태 분석과 관련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