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기술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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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의
‘뉴 이코노미’와
과학기술인

곽 재 원

가천대 교수



우리 경제는 생산요소를 풀가동해도 성장률이 여전히 낮은 상태에머무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이는 불경기나 디플레이션에의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에 의한 것임을 시사한다.더구나 자본투입량의 기여, 노동투입량의 기여, 그리고 기술진보 등을반영한 전요소생산성(TFP)의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통계는 한국경제가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는 뚜렷한 증거로 볼 수 있다.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경제전략 즉, ‘뉴 이코노미(New Economy)’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인트는 두가지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 성장 원천을 발굴하는 것이다.

첫째, 생산성 정체 원인을 파악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거시적인 전요소생산성의 변화 원인은 좁은 의미에서의기술 변화뿐만 아니라 산업간, 기업간, 사업소간의 자원배분 변화에의해서도 생겨나기 때문에 자원재분배를 세밀하게 검토해야한다.경쟁력 없는 산업, 좀비 기업 등에 자원이 투입되어 생산성 향상을정체시키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뿐만아니라 기술 혁신이 거시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기술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투자와 사회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버트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그의 저서‘아메리카 경제성장의 종언’에서 전기와 내연기관이라는 19세기 후반에탄생한 2개의 범용기술이 1920년부터 1970년까지 계속 생산성 향상과경제 성장의 물결(波)을 만들어 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범용기술을바탕으로 미국인들의 생활전반이 크게 개선됐다고 지적하면서 이 범용기술이 성과로 연결되기까지 다양한 관련 기술개발과 전력망, 도로망 등의 보완적인 투자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신기술을 기점(起點)으로 한 생산성 향상의 물결(波)은 사회변혁과표리일체의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성장 원천은 유형자산보다 더 커진 무형자산 즉,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해야한다. 경제는 진화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래 인류는 기술을 연마하고,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경제를 성장시켰다.디지털 기술 진보와 글로벌화는 이러한 상식을 뒤엎는다. 부(富)의 원천은 상품이 아니라 데이터와 지식 등 형태가없는 자산으로 이동했다. 지금까지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 경제는 새로운 미래를 찾아간다. 일본경제신문은 이를새로운 경제, ‘네오 이코노미(Neo Economy)’라 명명했다.영국 경제사가 앵거스 매디슨에 따르면 서기 1년부터 1900년 가까이에 이르는 동안 11배가 커진 세계 전체 GDP(국내총생산)은 그 후 150년도 안되는 사이에 31배로 늘었다. 자동차 등 제조물의 대발명이 그 원동력이었다. 20세기 후반연 4%에 달했던 성장률이 21세기 들어 2%로 낮아지면서 ‘장기정체론’이 힘을 얻고 있다. 과연 성장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비관론은 무형자산으로 존재하고 하고 있는 성장 원천의 발굴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성장원천으로서의 무형자산은 오늘날 가상공간에 넘쳐나고 있다. 미국 조사회사 컨퍼런스보드는 지난 2017년 미국 전체GDP에서 무형자산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12%를 차지했으며, 이중 60%는 공식통계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밝혔다. 가격이 없는 무형자산으로 생겨난 부(富)는 GDP라는 척도로 측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미국 뉴욕대학 교수는 지식과 아이디어가 가치를 팽창시키는 ‘수확체증의 법칙’을 제창했다.이러한 무형자산은 부(富)를 창출하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의 주요 302개 기업이 가진 특허권과소프트웨어 등 무형자산의 규모는 2007년 기계설비 등 유형자산을 웃돌기 시작한 뒤 2017년에는 4조달러로 유형자산의 1.5배에 달했다. 디지털 혁명이 선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을 생산성 향상과 무형자산으로서 성장 원천의 발굴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처럼 생산성 저하에 골치를 앓아온 일본은 지난 2017년 말 ‘새로운 경제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2018년~2020년의 3년을 ‘생산성 혁명ㆍ집중 투자기간’으로 설정했다. 이와함께 이노베이션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성장원천을 발굴함으로써 일본의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사회적 과제 해결을 꾀하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로서 ‘Society5.0’도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이러한 일본의 접근 방법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생산성 향상과 성장 원천의 발굴을 통해 새로운미래를 찾아가는 ‘뉴 이코노미’ 체제로 탈바꿈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뉴 이코노미’는 과학과 기술, 정치,경제, 문화를 넘어 이제는 인류의 숙원과 과제를 풀어주는 ‘과제해결형 사회’를 지향한다.우리 과학기술인들은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이노베이션으로 한국의 ‘뉴 이코노미’를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