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기술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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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016년 개최한 7차 당대회에서 당․국가 총력기본노선으로서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을 내세웠다. 이미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자평하고 있는 정치군사강성국가의 지위에 과학기술강국, 문명강국을 덧보태 경제강국을 건설하면 사회주의 강성국가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강국은 자립성과 주체성이 강화되고 과학기술을 기본 생산력으로 삼아 발전하는 국가이다. 즉 경제강국은 필요한 모든 물질적 수단들을 자체로 생산보장하며 과학기술과 생산이 일체화되고, 첨단기술산업이 경제성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자립경제강국, 지식경제강국으로 규정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전략적 노선으로 인민경제의 주체화와 높은 수준의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제시했다.


북한측의 인식에 따르면 과학기술은 한마디로 자강력을 제고하는 원동력이다. 기업들은 첨단과학 기술이 뒷받침하는 자강력을 토대로 최대의 속도로 최첨단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북한 공장기업소들은 생산공정의 현대화, 기업관리의 정보화, 신제품 개발이나 품질 개선 등은 과학기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국산화의 진전은 자강력제일주의의 중요한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북한의 기업들은 자강력제일주의 기치 아래 현대과학기술의 성과를 폭넓게 수용해 기업체의 물질기술적 조건을 지식경제시대의 요구에 맞게 일신시키고, 원료, 자재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해 생산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경제강국 건설에 적극 이바지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북한이 이전에도 주체노선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북한 과학기술의 성과가 있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자립의 물적 기반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히 과학기술 강국이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서 우선적으로 점령해야 할 중요한 목표라면서 “과학기술 부문에서 첨단 돌파전을 힘 있게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첨단분야는 정보기술, 나노기술, 생물공학을 비롯한 핵심 기초기술과 새 재료기술, 새 에네르기(에너지)기술, 우주기술, 핵기술과 같은 중심적이고 견인력이 강한 과학기술 분야를 가리킨다. 즉, 이같은 첨단분야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가운데 우주과학 기술발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 2017년 이전까지만 해도 첨단기술의 집합체이며 정수인 실용위성들을 더 많이 제작, 발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이 말하는 첨단돌파전은 핵심 사상 수준으로 강조되고 있다. 북한 사회과학원의 공훈과학자인 리기성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최첨단 돌파사상은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CNC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컴퓨터수치 제어)기술개발의 성과와 경험에 기초해 2009년 모든 분야에서 지식경제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정립한 사상이다. 이는 모든 분야에서 세계가 도달한 과학기술수준을 최단기간에 추월해 지식경제시대에 진입하고, 북한을 강대국의 지위에 올려놓는 것이 목표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북한이 내세우는 최첨단돌파의 기준은 발전된 나라의 선진 기술이 아니라 지식경제시대의 요구라는 점이다. 발전된 나라들의 수준을 시대의 요구에 맞게 도약하여 세계적으로 앞서 나가는 것이 북한이 추구하는 최첨단돌파라는 것이다. 즉 발전하는 지식경제시대의 요구를 기준으로 삼아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남보다 먼저 창조하며, 끊임 없이 선두를 지켜나가는 것이 북한식의 최첨단돌파이다. 리기성 교수는 북한이 추구하는 최첨단은 새롭게 혁신한 발전적인 것으로, 이는 북한 주민들의 이상과 요구, 민족성에 기초한 창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측에서는 최첨단돌파전의 비전과 목표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즉 “당이 내세운 최첨단돌파전은 인류가 걸어온 발전단계들을 대담하게 뛰어 넘으면서 최단기간내에 모든 것의 패권을 주고 첨단에서 최첨단에로 끊임 없이 비약하려는 우리식의 발전전략이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의 주목할 만한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북한은 오늘날 최첨단 기술은 경제적 진보의 기초이고, 민족번영의 위력한 수단으로 간주한다. 경제발전의 원천인 노동력, 자원, 자본 등 물질적 자원으로부터 지식, 정보, 과학기술의 무형의 지적자원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같은 지식경제시대에는 고급두뇌를 양성하여 세계적인 것을 압도하는 지식자원을 확대해야 경제강국이 될 수 있고, 남보다 잘 살 수 있다고 평가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재와 과학기술은 사회주의건설에서 대비약을 일으키기 위한 우리의 주요 전략적 자원이고 무기라고 강조했다. 그의 연설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이렇다. “국가적으로 인재육성과 과학기술발전사업을 목적지향성있게 추진하며 그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세계적인 교육발전추세와 교육학적 요구에 맞게 교수내용과 방법을 혁신하여 사회경제발전을 떠메고나갈 인재들을 질적으로 키워내야 합니다. 새 기술 개발목표를 높이 세우고 실용적이며 경제적의의가 큰 핵심기술연구에 력량을 집중하여 경제장성의 견인력을 확보하여야 하며 과학연구기관과 기업체들이 긴밀히 협력하여 생산과 기술발전을 추동하고 지적창조력을 증대시킬수 있도록 제도적조치를 강구하여야 합니다.” 한마디로 과학기술을 앞세워 경제발전을 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다시 드러낸 것이다. 과학기술을 ‘경제강국 건설의 기관차’라고도 부르고 있다.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국방은 물론, 경제, 문화 등 사회 모든 부분의 발전을 이끌어보겠다는 생각이다. 실제 북한은 군수공장들의 민간 생필품 생산 확대, 민간 공장 현대화에 군수 부문 기술자 투입 등 스핀오프를 위한 구체적인 방식들을 마련해왔다. 북한은 에너지·철강재·화학제품·식량 문제 등 경제 강국 건설에 필수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전반을 현대화·정보화하는 데서 과학기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를 만들려고 한다.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원자력·친환경에너지 등을 개발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주체철’(수입 연료 사용을 최소화한 제철법) 생산기술 등 북한 실정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여 수입에 의존하는 원료·자재·설비를 국산화하며, 농업 생산의 과학화·공업화와 경공업 부문의 현대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과학기술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들을 자세히 언급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등학교 과학기술 교육 강화, 대학 학제 개편 및 교육 수준 제고, 전국적인 과학기술 보급망 확충, 공장대학·농장대학·어장 대학 및 원격교육 등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체계’ 발전 등 교육 체제의 정비·강화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김일성종합대학 등 주요 대학들을 과학연구의 중심기지, 국제 학술 교류의 거점으로 만들어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울 것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국가적 차원의 과학기술 지도·관리 체제를 확립함으로써 연구개발의 분산과 중복 방지, 첨단돌파 계획·첨단 기술 산업화 등 전략 목표 실현, 최신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 구조 재편 등을 체계적, 효율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연구개발의 중복을 피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과학원과 같은 전문 과학연구기관은 핵심 과학기술 연구, 내각 각 성·공장·기업소는 응용기술 연구, 대학은 기초과학 연구와 첨단 과학기술개발을 담당하게 하는 등 기관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했다.

이 당 대회에서 북한이 밝힌 ‘과학기술 강국→ 지식경제 강국’은 김정일의 노선과 정책을 계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김정일의 과학기술 중시정책이 1960-70년대 과학기술 정책에 내재된 한계와 오류를 극복하고 과학기술 발전에 기초한 경제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상기하면, 김정은이 제시한 과학기술 강국 비전은 수십 년에 걸친 경험과 모색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김정일 때보다 더 빠르고 과감하게 과학기술 발전, 과학기술에 기초한 산업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예컨대 고등교육 및 연구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대학·고려성균관대학 등 핵심 대학과 지역 거점 대학들의 외형 확대와 내실화를 수 년 째 추진 중이다. 2012년에는 40년 만에 초중등 11년 의무교육제를 12년 의무교육제로 개편하면서 과학기술 교육 비중을 대폭 강화했다. 과학원 생물공학분원 확대, 자연에너지연구소 신설, 국가나노기술국 등 과학 기관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다. 과학자 처우 개선 조치도 확대하여 다수의 과학자 주택 단지와 과학자 휴양소 등을 연이어 건설했다. 2012-15년 과학기술 예산을 연 평균 6.55%(같은 기간 국가예산 증가율은 연 평균 5.2%) 증액하는 등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확대했다.

이처럼 북한은 과학기술인재들을 육성하는 교육사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북한식 4차 산업혁명으로 간주할 수 있는 ‘새 세기 산업혁명’의 핵심역량으로 인재를 지목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인재가 모든 것을 결정하며, 최첨단돌파전의 위력도 인재확보에 달려있다고 인식한다. 이런 문제 의식 아래 지식경제시대의 요구에 맞게 교육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교육내용과 교수방법의 혁신을 추진해왔다. 이런 혁신을 통해 연구개발능력이 뛰어나고 다방면적인 지식과 방법론을 소유한 인재들을 양성해 지식의 생산과 확산, 응용을 일치시키고자 하였다.과학기술분야에서는 특히 연구개발능력 향상문제와 기술집약적 산업과 현대화된 경제를 운영해나갈 수 있는 관리인재들을 계획적으로 양성하는 문제가 강조되고 있다. 공장, 기업소들에서 과학기술개발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전인민과학기술인재화를 목표로 내걸고,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대학졸업정도의 지식을 소유한 지식형 근로자, 과학기술발전의 담당자로 준비시키기 위한 중요한 사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에 새 세기 산업혁명을 강조하면서,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과학기술혁명의 필요성을 특별히 강조해왔다. 새 세기 산업혁명은 모든 부문 및 단위에서 과학기술과 생산, 지식과 경제의 일체화를 실현해 경제를 지식의 힘으로 운영, 발전하는 지식경제로 일신할 것이고 이를 토대로 사회주의경제강국을 건설하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김 위원장은 첨단 과학기술을 토대로 한 지식경제로 경제발전을 견인하려는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했고. 이 방향은 앞으로 상당기간 견지될 것이다. 북한은 지식경제의 주요 자원인 지식자원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인재 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선진과학기술 관련 서적 및 자료들을 수집 가공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일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향후 남북간 역량강화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이 시작된다면 결국 과학기술 전문인력 양성과 관련 D/B 구축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지적제품 유통사업과 지적소유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수년 사이에 북한에서 지적 제품 유통사업과 지적소유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2018년 8월 4일에는 제16차 국가발명전람회가 개막되었는데. 이 전람회에는 1,000여 건의 발명기술이 실물과 모형, 도해 등의 형태로 출품되었다. 전람회 기간에 지적제품 유통사업과 지적소유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여주는 실무강습과 기술발표회, 발명기술에 대한 자료 서비스 등이 진행되었다. 이 분야에 대한 북한의 높은 관심을 고려하면 특허나 지적소유권 관리인력에 대한 역량강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처럼 북한은 과학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자신들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북한 사회를 이해하고 변화를 전망하는 데 있어 그들이 과학기술 강국 실현을 위해 어떤
움직임을 취하며 그 결과는 어떠할 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