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기술정책연구소

KIST 본원


 청정신기술연구소가 설립된지 두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취임 소감과 비전에 대해 듣고싶습니다. 


청정신기술연구소는 그동안 KIST 안에서 흩어져서 이루어지던 에너지 연구를 한데 모아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연구소 출범과 맞물려 정부가 수소경제를 혁신성장의 큰 축으로 선언하고,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도 발표되어 그 어느때보다 더 막중한 책임감도 느낍니다. 기본적으로 저희는 수소경제에 필요한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연구를 하려고 합니다. 현재 중점분야는 연료전지, 수소전지, 이차전지 세 개의 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지만 더 긴 안목으로 말씀드리자면 미래에는 석유, 석탄, 원자력이 대다수인 현재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재편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에너지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부에서 말하는 수소경제도 마찬가지일텐데 저희도 역시 큰 방향성은 설정했으나 구체적인 액션플랜은 지금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앞으로 연구소 구성원들과 함께 세부적인 그림을 완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연구소의 주요 연구내용, 그리고 기존 에너지/환경 연구그룹과 비교하여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청정신기술연구소의 가장 큰 강점은 수소연구 역량입니다. 국내에서 수소 생산에서부터 저장까지 모든 연구기반을 갖춘 연구소는 저희 연구소가 유일합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규정한 수소의 생산, 저장 및 이송, 활용분과에서 다루는 영역을 포괄하는 수전해, 개질기술, 금속/화학적 저장, 정제 등 일련의 과정이 모두 가능한 연구인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업화가 많이 되어 있는 이차전지와 연료전지는 현재 연구들을 차질 없이 진행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고히 다지고,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에 맞도록 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미세먼지, 차세대 혁신동력 등과 관련하여 청정기술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장님이 생각하시는 청정신기술의 중요성, 그리고 향후 발전 가능성은 어떻다고 보시는지요?



직·간접적으로 에너지가 우리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산업발전의 핵심도 결국 원활한 에너지 공급이 핵심입니다. 그만큼 에너지 문제는 중·장기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아주 단시간에 무언가 이뤄지거나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지는 분야가 결코 아니지요. 그리고 에너지 문제에 딱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석유, 석탄 등 전통자원과 원자력, 신재생에너지가 함께 사용될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동차만 해도 디젤차가 가솔린차보다 효율이 좋다고 해서 디젤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수소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소경제란 쉽게 말하면 수소가 매개체가 되어 에너지를 이동시키는 것인데, 앞으로 이 기술이 문제없이 상용화 되려면 적어도 몇 십 년은 걸릴 것입니다. 그리고 완전한 상용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모든 에너지원을 수소만으로 대체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은 우리 연구소도 수소, 연료전지, 이차전지의 세 연구분야를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앞으로 우리가 개발한 창의적인 기술로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는 조직으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이러한 신기술들이 최근 정부에서 말하는 수소경제 실현과 혁신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여전히 많을 것 같습니다.


미래 에너지 계획은 정치논리나 감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문가의 분석과 식견에 기초해 세워져야 합니다. 에너지는 우리의 삶,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탈원전, 수소경제 모두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차분히 전문적 내실을 다져야 합니다. 또한 잠깐의 주목이 아닌, 정책적 일관성 하에 지속가능한 중장기적 투자, 전문가에 의한 전략적인 산업육성이 반드시 담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에너지는 발전 주기가 긴 영역입니다. 지금부터 원전을 폐쇄한다고 결정 하더라고 완료까지는 적어도 40년은 걸릴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청정기술연구소도 미션 완수를 위해 숨을 길게 가져가는 연구소가 될 것 같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어떤 이슈들이 있을까요?


에너지는 한 두 가지 기술이 아닌 여러 기술들이 모여 이뤄집니다. 저희 연구소의 기술들만 하더라도 연료전지는 이미 상당부분 상용화에 접근해 있는 편이지만 반면 수소 운송 등의 분야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요소기술 발전의 불균형을 잘 맞춰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수소경제를 이루는 핵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불어 연료전지 자동차 등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 생산, 보급할 수 있는 인프라,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반 여건 등도 갖춰 나가야 할 것입니다.


 연구소 운영과 관련하여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으신 점이 궁금합니다.


과거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장을 맡았을 때에는 다양한 연구자들의 의견을 듣고 그에 맞춰 새로운 분야를 위한 시드형 연구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했습니다. 하지만 미션 중심형인 지금의 연구소 체제에서는 임무 완수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별 연구자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생각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창의성을 해치는 일들을 서슴지 않고 합니다. 그 한 예로 말씀드리기 조금 조심스러운 이슈입니다만 가짜학회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연구는 작은 주제를 소수 연구자들이 모여 창의적으로 만들고 이를 큰 주제를 다루는 보다 큰 학회로 발전시켜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불법적인 행위에는 상응하는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연구자들의 창의로운 활동이 저해되어서는 안됩니다. 가짜학회 문제에 대한 대응법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미국에서 비슷한 이슈가 처음 제기되었을 때 그들은 학회를 고발했지만, 우리사회는 연구자들에 대한 비난과 처벌에 좀 더 무게중심이 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매우 큰 인식의 차이입니다. 앞으로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창의성과 자율성을 가로막는 것들을 세밀히 찾아내고 과감히 바꿔내는 것이 결국 연구소의 임무 완수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감명 깊게 읽으신 책이나 인생 좌우명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몇 년간 유발 하라리의 책들을 아주 인상깊게 읽고 있습니다. 역사학자인 그가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등의 저작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 하나입니다. 앞으로는 과학기술이 세계를 선도하는 세계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KIST 연구자 뿐만이 아니라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